▲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사진은 지난 3월 3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인요한 혁신위'의 첫 단추 꿰기가 실패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인요한 위원장의 혁신위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 "뭐든 다 내려놓고 통합해야 한다"면서 유승민·이준석 등 소위 '비윤(비윤석열)' 여권 인사들까지 아우르는 혁신위를 구상했던 인 위원장의 구상이 처음부터 흔들린 셈.
특히 천 위원장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저는 김기현 대표의 시간 버는 허수아비 혁신위원을 할 생각이 없다"고 그 배경까지 밝힌 상황. 사실상 혁신기구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사퇴 요구를 받았던 '김기현 지도부'의 연명 장치와 같은 제한적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란 여권 일각의 우려를 명징하게 드러낸 대목이다.
"혁신위원 제안 수락하면 김기현 임명권 인정하는 셈"
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본인이 작년 6.1 지방선거 후 꾸려졌던 최재형 혁신위에서 활동했다'는 점을 들면서 인 위원장의 제안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무슨 직업 혁신위원도 아니고 계속 연달아 (혁신위원을) 하는 것은 좀 맞지 않다. 사실 혁신위원 개개인에게서 나오는 콘텐츠가 중요한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당의 기록을 찾아보면 다 있을 것"이란 설명과 함께였다.
무엇보다 그는 "김기현 대표 사퇴하라고 할 정도의 혁신안이 안 나오면 이 혁신위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 위원장은 "(이번 혁신위의) 굉장히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건강한 당정관계일 것"이라며 "김기현 대표 체제 자체가 대통령실의 좀 과도한 영향력으로 세워진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많이 있고 저도 거기에 동의하는데 제가 혁신위원(제안)을 수락하면 결국 김기현 대표의 (혁신위에 대한) 임명권을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던) 제가 그 임명장을 받고 (혁신위에) 들어가서 또 김기현 대표 (체제를) 끝내야 된다고 얘기하는 것도 사실 좀 모순"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제가 들어가서 김기현 대표의 시간벌이 하는 허수아비 혁신위원 같이 활동하게 될 위험성이 있는데 저는 그런 역할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본인의 결정을 당내 비주류의 보이콧이 아닌 개인적 결정임을 전제하면서 지역구인 부산을 떠나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힌 하태경 의원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혁신위에서 공천 관련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면 맹탕"이라며 "그게 혁신위의 최소한의 존재 의의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꾼다? 아내와 아이 문제 있음 어떻게 하나"
천 위원장이 공천 문제를 거론한 것은 대통령실의 내년 총선 공천 개입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현 일방통행식 당정관계를 바꾸지 않는 한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당내 비주류는 연일 인요한 혁신위의 성패를 당정관계 정립으로 지목하고 있다.
직전 혁신위를 이끌었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도부 전체가 교체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일단 당대표가 그대로 계시면서 혁신위를 가지고 나가는 상황"이라며 "과연 혁신위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해서는 좀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인 위원장이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내와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거기에도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며 "이제 당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정수행의 어떤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변화, 이런 것들을 원하는 것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라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허은아 의원 역시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꾸는 건 좋은데 때로는 가족이 어디에 가서 사고 치고 오고 또 문제가 있으면 가족의 단점도 고쳐야 한다"면서 "저희 당부터 제대로 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에) 할 말 하는 당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 당 상황이 지금 (혁신위에) 천·하·용·인(천하람, 김용태, 허은아, 이기인 등 이준석계 인사들의 준말)을 넣니 마니 하는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 타이밍은 좀 지났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아예 인요한 혁신위에 윤석열 대통령에 쓴소리를 하라고 보다 직접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인요한 위원장이 다른 사람 다리 긁을 게 아니라 대통령이 뭘 잘못하고 계신지를 긁으면 바로 관심받는다"며 "그거 빼고 다른 건 아무 의미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인요한 "대통령하고도 거침없는 얘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