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보도하는 영국 <타임>
타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가 1주기를 맞이하며 외신도 생존자 및 유가족의 고통,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국 <타임>은 한국시각 26일 '변한 것이 없다 :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아직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특집 기사에서 이태원 참사로 딸 최유진씨를 잃은 최정주씨의 아픔을 조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공연 예술을 공부하던 대학생 유진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업을 미루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숨을 거뒀다. <타임>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진씨는 한국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씨는 "정부 당국자들은 이태원 참사를 피해자들의 잘못으로 만들려고 한다"라며 "피해자들은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위 관료들, 책임 회피는 너무 흔한 일"
<타임>은 "슬프게도 한국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공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너무 흔한 일"이라며 이태원 참사 외에도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8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며 블랙핑크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를 활용해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라며 "(정부는) 이런 분위기에서 이태원 참사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씨는 한국 정부가 필사적으로 잊고 싶어하는 참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한다"라고 전했다. 최씨는 "(한국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한국에서는 비슷한 재난이 반복해서 벌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션 오말리 부산 동서대 교수는 <타임>에 "정의는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대규모 행사를 다루는 안전 방식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를 원하는 유족들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박모씨도 "정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정부 기관이 참사에 대해 극도로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라며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정부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태원 참사 이후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졌지만, 사임하거나 해임당한 정부 고위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이태원 참사 교훈 삼아"... 해외 대도시, 핼러윈 안전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