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이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허대만 1주기 토론회 '민주당,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남소연
지난 8월 22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정부는 입법부에서 통과시킨 각종 민생법안을 아무런 미안한 감정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제는 사법부마저 무시한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행정 독주가 입법부와 사법부를 짓밟아도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거나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것은 입법기관이 이미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방법은 정치개혁을 하는 길이고, 정치개혁을 하는 데에는 선거제도만큼 빠른 길이 없다. 지도부가 전면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이후 3개월이 흘렀지만 선거제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민주당 지도부도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할 뿐,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구 의원 253명 + 비례대표 47명'이라는 현행 구조 그대로 갈 뿐 아니라 양당이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을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데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 자체가 '병립형 회귀 담합'을 예고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비록 '준(準)'자가 붙긴 했지만, 지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과 총의석 수를 연동하는 방식이라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정당은 비례 의석을 가져갈 수 없다. 여러 한계에도 연동형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임미애 위원장은 여기에 더해 권역별 비례제도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수차례 '내년 선거만 보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에도, 민주당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서러운" 영남민주당, 그래도 '원칙' 말하는 이유
- 민주당 경북도당은 꾸준히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회에선 여전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최근 들어선 '여야가 병립형 회귀에 합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 입장은, 단적으로 얘기하면 이렇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대구·경북 민주당의 의석이 보장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전체 의석 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연동형은 굉장히 좋은 제도이고, 우여곡절 끝에 확보했다. 이 제도를 병립형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일이다. 그러면 다시 연동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없을 것 같다."
- 연동형이 유지된다면 위성정당이 또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남는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의석을 가져가는 게 정상이다. '이준석 신당'이 10, 15% 득표한다면 그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게 맞다. 보수를 더 긴장시킬 수 있고. '조국 신당'?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마찬가지다. '유튜브 정당'이 난립할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국민들이 선거제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그 제도로 정치를 바꿔 나갈 것이다. 국민을 믿는다면, 당장 내년 선거만 보고 위성정당에 대한 두려움을 평가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연동형에 동의한 적이 없어서 당연히 위성정당을 만들 거다. 그들이 다수당이 되는 길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란 말도 있는데, 정치를 내년만 보면...(웃음).
다만 현재 제도라면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단 한 석도 못 가져갈 수 있고, 대구·경북에서 의석을 가져갈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다. 우리는 굉장히 서러운 곳이다. 민주당은 소수정당과 사회적 약자의 국회 진입을 이야기하지만, 대구·경북의 문제를 제도로 해결하는 일은 전혀 안중에 없다. 너무너무 서럽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20~30% 찍어주는 유권자를 어떻게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나."
- 지도부가 이 상황을 병립형 회귀를 위한 '알리바이' 삼을 수도 있을 텐데.
"고민이다. '우리가 그 알리바이를 제공해 줘야 하나?' 경북도당은 지난해부터 선거제도 관련해서 그렇게 돌아다니고, 의원들도 (의원회관) 1층부터 10층까지 설득하러 다녔다. 지난 9월 선거법 의원총회 때는 '(제도 개혁이) 안 되면 지금의 제도로, 위성정당 방지법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문을 강민정 의원을 통해서 배포했다. 그렇게 떠들고 다니다가 조용해진 것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훨씬 고생한 분들한테 비례 1석이라도, 또 다음에 (영남 민주당으로 출마) 하는 사람한테 희망을 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이준석 신당에 위기감... 당은 왜 고민 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