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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당 영남에 뜨면 민주당은 3등... 이렇게 정치하면 안돼"

[스팟 인터뷰] '병립형 회귀 반대'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 "내년 선거만 볼 건가"

등록 2023.11.13 17:45수정 2023.11.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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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이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허대만 1주기 토론회 '민주당,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이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허대만 1주기 토론회 '민주당,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8월 22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정부는 입법부에서 통과시킨 각종 민생법안을 아무런 미안한 감정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제는 사법부마저 무시한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행정 독주가 입법부와 사법부를 짓밟아도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거나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것은 입법기관이 이미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방법은 정치개혁을 하는 길이고, 정치개혁을 하는 데에는 선거제도만큼 빠른 길이 없다. 지도부가 전면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이후 3개월이 흘렀지만 선거제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민주당 지도부도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할 뿐,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구 의원 253명 + 비례대표 47명'이라는 현행 구조 그대로 갈 뿐 아니라 양당이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을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데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 자체가 '병립형 회귀 담합'을 예고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비록 '준(準)'자가 붙긴 했지만, 지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과 총의석 수를 연동하는 방식이라 지역구 의석을 많이 차지하는 정당은 비례 의석을 가져갈 수 없다. 여러 한계에도 연동형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임미애 위원장은 여기에 더해 권역별 비례제도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수차례 '내년 선거만 보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에도, 민주당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서러운" 영남민주당, 그래도 '원칙' 말하는 이유

- 민주당 경북도당은 꾸준히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회에선 여전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최근 들어선 '여야가 병립형 회귀에 합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 입장은, 단적으로 얘기하면 이렇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대구·경북 민주당의 의석이 보장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전체 의석 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연동형은 굉장히 좋은 제도이고, 우여곡절 끝에 확보했다. 이 제도를 병립형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일이다. 그러면 다시 연동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없을 것 같다."


- 연동형이 유지된다면 위성정당이 또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남는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의석을 가져가는 게 정상이다. '이준석 신당'이 10, 15% 득표한다면 그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게 맞다. 보수를 더 긴장시킬 수 있고. '조국 신당'?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마찬가지다. '유튜브 정당'이 난립할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국민들이 선거제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그 제도로 정치를 바꿔 나갈 것이다. 국민을 믿는다면, 당장 내년 선거만 보고 위성정당에 대한 두려움을 평가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연동형에 동의한 적이 없어서 당연히 위성정당을 만들 거다. 그들이 다수당이 되는 길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란 말도 있는데, 정치를 내년만 보면...(웃음). 


다만 현재 제도라면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단 한 석도 못 가져갈 수 있고, 대구·경북에서 의석을 가져갈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다. 우리는 굉장히 서러운 곳이다. 민주당은 소수정당과 사회적 약자의 국회 진입을 이야기하지만, 대구·경북의 문제를 제도로 해결하는 일은 전혀 안중에 없다. 너무너무 서럽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20~30% 찍어주는 유권자를 어떻게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나."

- 지도부가 이 상황을 병립형 회귀를 위한 '알리바이' 삼을 수도 있을 텐데.

"고민이다. '우리가 그 알리바이를 제공해 줘야 하나?' 경북도당은 지난해부터 선거제도 관련해서 그렇게 돌아다니고, 의원들도 (의원회관) 1층부터 10층까지 설득하러 다녔다. 지난 9월 선거법 의원총회 때는 '(제도 개혁이) 안 되면 지금의 제도로, 위성정당 방지법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문을 강민정 의원을 통해서 배포했다. 그렇게 떠들고 다니다가 조용해진 것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훨씬 고생한 분들한테 비례 1석이라도, 또 다음에 (영남 민주당으로 출마) 하는 사람한테 희망을 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이준석 신당에 위기감... 당은 왜 고민 안 하나"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2023.5.6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2023.5.6연합뉴스

- 병립형/연동형을 떠나 이중등록제(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출마)나 석패율제(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 중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해법 아닐까.

"그거라도 도입되길 바란다. 이재명 대표에게도 여러 차례 얘기했다. 그래야 내년에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하는 사람들도 기대하지 않겠나. 우리가 25, 30%를 득표하기까지 그냥 되지 않았다. 정말 인생을 갈아 넣으면서, '민주당을 찍을 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뛰어든 사람들 때문에 가능했다. 고 허대만 경북도당위원장이 오십 넷의 나이에 여덟 번 선거에 나가서 일곱 번 떨어졌다. 말이 되나. 그가 당선될 것 같아서 나간 게 아니다. 후보가 없어서다. 

남편인 김현권 구미을지역위원장(20대 국회 비례대표)이 최근 지역위원장 등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글을 올렸는데, 되게 마음이 아팠다. 저는 2006년 처음 (경북 의성) 군의원이 됐고, 2026년을 마지막 (정치적) 역할을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2004년에 (경북 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으로 첫 출마했다. 그래서 경북에서 민주당으로 치르는 마지막 선거가 내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 24시간 선거운동하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쪽에서 방송 출연하면 늘 내년 총선을 준비할 때 TK는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계속 이런 식으로 대구·경북을 버리는 카드처럼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내가 그만둬도 누군가는 민주당의 깃발로 정치를 할 텐데 그들이 계속 당에서 이런 대접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표현이 거칠더라도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 민주당은 대선 당시 '정치교체, 선거제 개혁'을 약속했고 올해 정기국회를 앞둔 8월 29일 채택한 결의문에서도 '선거제 개혁'을 거듭 다짐했는데 현재 상황은 그 다짐대로 가고 있지 않다.

"왜 이럴까. 저는 참 위기감을 느낀다. 만약 이준석 신당이 대구·경북에서 뜨고,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입당하면 영남 민주당은 내년 선거에서 3등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신당과도 경쟁하면, 많은 선거구에서 선거비 보전도 못 받는 3등(득표율 10% 이상 15% 미만이면 선거비용 절반, 15% 이상이면 전액 보전 – 기자 주)이 나온다. 이게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당은 왜 한 번도 고민하지 않는가."

"이런 정치 더는 아래 세대한테 물려줘선 안돼"

- 이재명 대표는 선거제와 관련해 명확한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금 시점에선 이 대표가 본인 소신대로 선거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 당내에선 내년 총선 의석 수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지금 정부의 모습을 보면 '(연동형을 유지하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자는) 이탄희 의원 주장대로 하면 의석 수에서 밀리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을 왜 안 하겠나. 

그런데 국민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제가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할지는 모르나,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 개혁을 해낼 정치 주체를 민주당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그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고,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국민들을 과감하게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위성정당 만들지 않고, 이 제도 하에서 국회를 좀더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기반한 정치 구도를 깨겠다는 얘기를, 국민을 믿고 과감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 대구·경북 민주당 정치인들과 그들을 꾸준히 지지해 준 지지자들을 선거제도 설계할 때 꼭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 4월 13일 <국회 전원위원회 종료에 즈음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입장>에서 "국회 방청석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현재 상황을 보는 심정은 어떤가.

"법적 시한이 얼마 안 남았다. 자꾸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더 이상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어쩌면 그렇게 당장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고 정치하려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사회를 좀 보자. 그러면 정치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이렇게 혐오감을 심어주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이런 사회를, 이런 정치를 더 이상 아래 세대한테 물려줘선 안 된다. 선거제도에 관한 논의가 이만큼 온 것도 사실 드문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제도 개혁의 입장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남소연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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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민, '무정부 상태' 절규... 폭주국정 바로잡아야" https://omn.kr/25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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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애 #민주당 #선거제 #병립형 #연동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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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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