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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절규, "R&D 예산과 함께 '인생' 삭감당해"

대전 찾은 이재명 "예산 삭감으로 황당무계한 일 벌어져... 깎인 예산 복원하겠다"

등록 2023.11.15 16:35수정 2023.11.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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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연합뉴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학원생 인생에 가까운 예산입니다. 당장 내년에 R&D 예산이 삭감되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제가 제 미래를 그리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그릴 수 있겠습니까?"

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이준영 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절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연구원들의 고충을 들으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R&D 예산 회복·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던 자리에서다. 

정부가 삭감한 내년도 R&D 예산은 5조 2000억 원. 올해보다 16%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번 예산 삭감은 연구원들의 현재와 미래를 통째로 흔들어놓았다. 누군가는 '시약비'를, 누군가는 '논문 투고 비용'을, 또 누군가는 생활비를 잃었다. 이날 자리를 메운 연구자들이 내놓은 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이유다.

"내 미래도 못 그리는데, 나라 미래를 어떻게 그릴까"

특히 대학원생을 대표해 나선 이 수석부지부장은 "당장 내일 수능인데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며 "한국의 미래가 R&D에 달려있다는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학원생들에게 R&D 예산은 미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R&D 예산은) 내년 연구비이고 켜야 하는 장비이고 써야 할 때 필요한 시약비이고 논문 투고 비용"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비다. 현재 대학원생들은 40%정도가 생활비를 R&D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성모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 역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속성이다. 인위적으로 (연구를) 중단하는 것 만큼 국가적인 손실이 없다"며 "(R&D 예산을) 정말 다시 원상복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를 '정쟁'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문 회장은 "연구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율성이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으면 과학 기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진흥법을 만들어주십사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문 회장의 말이 끝나자 "누가 전에 제게 이야기해준 말이 떠오른다"며 말을 이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R&D 예산 지원을) 중단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절약이 아니라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R&D을 통해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지 않아도 장기적인 기대로 개발을 해야 하는데 (성과가 안 나면) 왜 단기 성과가 안 나냐, 결과물이 없냐고 문제제기하는 것"이라며 "사실 단기적인 성과나 이익이 생기는 건 기업들이 하는 일이다. 정부의 역할은 단기적인 성과나 이익이 생기지 않아도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승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는 이날 "지난 13일 대학생 토론회에서 이공개 출신 연구자들은 '진보, 보수를 떠나 R&D에 대해서는 국가적 합의가 있어 (예산을) 줄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이번 논란을 계기로) 깨달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젊은 연구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며 "R&D 예산의 지속가능성을 복원해야 할 뿐더러 (연구자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을 어떻게 회복할지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 찾아 "R&D 예산 복원" 약속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날 대전 중구에 위치한 대전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도 했다.

여기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특별한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내놓을 만한 경제 강국이 된 것은 선배 세대가 배를 곯을지라도 자식들을 공부시켰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직에서 쫓겨나거나 생계 위협을 겪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반드시 R&D 예산을 복원해 국민들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리고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속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예산을 실질적으로 8000억 원 가량 늘리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이재명 #알앤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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