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학원생 인생에 가까운 예산입니다. 당장 내년에 R&D 예산이 삭감되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제가 제 미래를 그리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그릴 수 있겠습니까?"
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이준영 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절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연구원들의 고충을 들으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R&D 예산 회복·확대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던 자리에서다.
정부가 삭감한 내년도 R&D 예산은 5조 2000억 원. 올해보다 16%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번 예산 삭감은 연구원들의 현재와 미래를 통째로 흔들어놓았다. 누군가는 '시약비'를, 누군가는 '논문 투고 비용'을, 또 누군가는 생활비를 잃었다. 이날 자리를 메운 연구자들이 내놓은 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던 이유다.
"내 미래도 못 그리는데, 나라 미래를 어떻게 그릴까"
특히 대학원생을 대표해 나선 이 수석부지부장은 "당장 내일 수능인데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며 "한국의 미래가 R&D에 달려있다는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학원생들에게 R&D 예산은 미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R&D 예산은) 내년 연구비이고 켜야 하는 장비이고 써야 할 때 필요한 시약비이고 논문 투고 비용"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비다. 현재 대학원생들은 40%정도가 생활비를 R&D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성모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 역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속성이다. 인위적으로 (연구를) 중단하는 것 만큼 국가적인 손실이 없다"며 "(R&D 예산을) 정말 다시 원상복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를 '정쟁'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문 회장은 "연구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율성이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으면 과학 기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진흥법을 만들어주십사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문 회장의 말이 끝나자 "누가 전에 제게 이야기해준 말이 떠오른다"며 말을 이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R&D 예산 지원을) 중단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절약이 아니라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R&D을 통해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지 않아도 장기적인 기대로 개발을 해야 하는데 (성과가 안 나면) 왜 단기 성과가 안 나냐, 결과물이 없냐고 문제제기하는 것"이라며 "사실 단기적인 성과나 이익이 생기는 건 기업들이 하는 일이다. 정부의 역할은 단기적인 성과나 이익이 생기지 않아도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승래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는 이날 "지난 13일 대학생 토론회에서 이공개 출신 연구자들은 '진보, 보수를 떠나 R&D에 대해서는 국가적 합의가 있어 (예산을) 줄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이번 논란을 계기로) 깨달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젊은 연구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며 "R&D 예산의 지속가능성을 복원해야 할 뿐더러 (연구자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을 어떻게 회복할지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 찾아 "R&D 예산 복원" 약속한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