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탄원서 캠페인이 23일 오전 서울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단체와?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권우성
"1995년 TV 광고를 보고 SK의 '가습기 메이트(가습기 살균제)'를 사서 사용했는데 10월 5일 태어난 우리 딸이 50일 뒤인 11월 22일 사망했습니다. 그때 그 제품을 사지 않았더라면 딸이 지금 29살이었을 텐데... SK는 그 제품 팔아서 지금 부자 된 것 아닙니까?" -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 유족 이장수씨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기소된 기업 관계자들의 항소심(2심) 선고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피해자·유족과 환경운동연합 등 56개 시민사회단체가 재판부에 유죄 선고를 촉구하고 시민들에게 탄원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SK, 애경, 이마트 측 관계자 13명의 유죄 판결을 요구하며 "서울고등법원 형사 5부는 상식과 원칙으로 과학적 근거로 가해 기업에 유죄를 선포하라", "가해 기업들은 책임 있는 태도로 피해자들과의 합의 테이블에 복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021년 1월 이 사건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관계자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3년간 항소심이 진행됐고, 지난 10월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관계자 11명에게는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은 이윤을 추구하며 제품의 위해 가능성을 인식했으면서도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영유아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게 했고, 부모들은 평생 죄책감에 살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1일 진행된다.
"사과·배상·처벌 없었던 가해 기업"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 송기진씨는 "(참사로) 아내와 장모님을 잃고, 가정이 파탄 난 후 제가 꿈꿨던 목회사역도 접어야 했다"며 "한 인생이 망가진 저는 재판부에 상식, 원칙, 과학적 근거에 의한 공정한 판결을 해주시길 간곡히 애원한다"고 호소했다. "기관지가 약해졌다"는 송씨는 발언 도중 여러 차례 기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