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법원은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 선고 후 김미숙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곽우신
"용균아, 엄마가 너무 미안해"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서부발전이 사람을 죽인 데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데, 무죄라는 비인간적인 판결에 노동자들은 억울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숙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서부발전과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 역시 확정됐다. 하청 대표이사와 원·하청 간부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모두가 무죄 또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실형을 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원심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본 결과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의 일터를 위험하게 만든 배경에는 안전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돌려 온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방조하고 조장한 수사기관과 법원이 있었음을 오늘 대법원 판결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있다"며 "한국서부발전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면죄부를 부여한 대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박다혜 변호사는 "김용균의 죽음에 원청의 책임이 있다는 건 단지 노동계만의 주장이 아니다. 충분한 증거와 사실관계를 통해 검사의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음에도 대법원은 일터 현장을 제대로 보지 않고 현실에 눈을 감았다"며 "구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적용돼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이는 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집행해야 하는 법원이 경영책임자의 고의를 좁게 해석해 법안을 무력화한 결과에 가깝다"고 했다.
기자회견 마지막에 김씨는 손팻말을 들고 대법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용균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용균아 미안하다,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법원이 어떻게 이렇게 기만적일 수가 있냐."
몰려든 취재진 수십 명의 카메라 셔터 소리 사이로 김씨가 외쳤다. 판결은 분노와 슬픔을 동반했지만, 김씨는 앞으로 국가의 잘못을 더 단단히 따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에서 안 되면 다른 곳에서 더 크게 싸우겠다. 당장은 패배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길에서 막히면 또 다른 길을 열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