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노조법 2.3조, 방송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대회’ 모습
오마이뉴스
원초적이고 급진적인 퇴행성
방송 공공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정권에서의 방송정책은 공공적 이익의 실천이라는 고유의 공익적 통치 차원의 언어가 아니며 집권세력의 권력유지와 재생산을 위한 '정치전략'으로 타락하였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 보인다. 실제 방송분야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공공정책이 전반적으로 원초적이며 급진적인 퇴행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대통령 개인의 이념과 가치를 잣대로 삼는다는 의미에서 원초적이며, 한국 역사의 전통과 사회적 합의를 고려하지 않으며, 우리가 추구해 온 발전과 진보와 역행하기에 급진적으로 퇴행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오세훈 시장에 의해 TBS는 내년부터 방송국이 셧다운 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조언론인클럽 출신이자 일본계 아웃소싱 전문기업 자문을 한 박민 전 문화일보 기자를 KBS 사장에 임명하였고, 박민 사장은 지체없이 공영방송으로서 KBS 역할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고 있다.
YTN은 부도덕한 민간자본에 매각되기 일보 직전이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MBC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비판적 보도를 억압하려고 하는 행위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 모든 파행은 언론자유와 공정한 방송 및 윤리적 경영이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방송 공공성이라는 언어도 권력의 원초적이고 급진적인 퇴행성에 의해 그리 썩어가고 있다. 이러한 언론장악과 탄압과 무력화를 어떻게 공공 정책적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정권을 교체하기를 희망한다. 그러한 희망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언론자유와 시민의 권리가 회복되고, 공정한 정책 집행으로 공공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정권교체를 통한 언론자유 회복과 공영방송 안정화가 과연 방송 정상화의 전부일까?
권력구조의 변화가 언론과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수 조건이지만 결코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또한 권력조정을 통해 이 정권이 행한 악행을 무효화 한다고 해서 우리는 방송이 정상화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한 사회가 아무리 무도하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이처럼 무기력하게 언론이 탄압되고, 공영방송 제도가 무력화되고, 관련 공공기관이 권력의 수족이 되어 법과 제도를 형해화할 수 있다면 문제 원인은 단순히 무도한 권력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합의에 의해 구축하고 운영해오던 시스템이 단기간에 이렇게 쉽게 망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한국 언론과 미디어 시스템 제도에 결정적이고 더 본질적이며 구조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이 시스템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공적 언어들조차도 이렇게 쉽게 왜곡되고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면 그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