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화 선생님이 근무하는 모습
신재용
제주여상에서만 30년 일한 산증인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신행화라고 합니다. 올해 마흔아홉이고요. 이 학교에서만 근무한 지 만 30년이 됐습니다. 한 번도 인사이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스무 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즈음부터 계속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저보다 더 오래 근무하신 분들도 많아요. 36년 근무하신 분도 있어요."
- 직종 명칭이 다소 낯선데요. 구육성회직원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등 직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되게 오래전부터 있었던 직종이에요. 명칭이 생긴 건 1970년대로 알고 있어요. 그때 초, 중, 고등학교에 육성회비를 내고 학교에 다녔죠. 저도 중, 고등학교 때 냈고요. 그 육성회비를 재원으로 해서 '잡급직원'이라는 이름으로 임용됐어요. 1989년도에 고용직 공무원이 기능직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발맞춰서 기능직 공무원 보수규정, 복무를 같이 준용 받았어요. 사실 1970년대 전부터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긴 했죠. 저의 부모님이 학교 다니던 시절일텐데, 그때는 학교에 '급사'라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 급사분들이 최초의 공무직이 아닐까 싶어요. 급사라고 했다가 잡급직원이 됐다가. 명칭이 차츰 변경됐죠. 그리고 2000년대에는 육성회 직원이었다가, 2007년도가 돼서 구육성회직원이 됐습니다. 지금은 육성회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기존 직종명 앞에 옛날을 의미하는 '구'자를 붙여서 구육성회직원이 된 거죠."
- 주로 학교 어느 곳에서 근무하시며,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학교 행정실에서 일해요. 민원 업무, 문서 접수부터 문서고 관리, 문서 폐기도 하고요. 학교 물품 관리도 하는데, 물건을 사죠. 학교에서 뭔가를 사면 시스템으로 넘어와요. 시스템으로 넘어오는 것 중에 물품대장에 넣어야 할 것과 소모품으로 처리해야 할 것 등을 분류합니다. 학교 전체 물품을 관리하는 거라, 물품을 새로 살 때 다시 등재해야 하고, 고장 난 것들은 폐기해야 하고. 쓸 것은 매각해야 하고요. 이게 포괄적으로 많이 하는 업무고요. 민원 증명서 발급이나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들의 증명서, 방과후강사 등의 활동 확인서 발급도 많은 편이죠(기자 주 : 주로 행정실에서 일하는 구육성회직원이 많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교무실에서 전입과 전출 등을 담당하는 학적계, 교사들의 수업시수를 맞추는 수업계 등을 담당하는 구육성회직원도 있다).
급여 업무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급여 업무를 많이 해보진 않았어요. 급여에 초과근무수당이 있는데, 이건 제가 관리하고 있죠.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을 10시간분을 무조건 받는데, 공무직은 이를 받지 않는 대신 근로기준법 기준으로 하는데요. 공무원과 공무직 선생님들이 초과근무를 했는지, 안 했는지 등을 시스템에 올리고, 월별로 집계하고 교육청에 보고도 하고요. 이게 급여의 한 축에 들어가긴 합니다. 맞춤형복지비 업무도 하고 있죠. 빨리 쓰라고 독려를 합니다."
- 이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업무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사람 대하는 게 힘들잖아요. 초과근무를 가지고 뭔가 조금만 잘못해도 뭐라고 하는 사례들이 있죠. 30분 정도 잘못 입력했다던가, 입력할 시기가 지났다든가 해서 (뭔가 잘못되면) 바로 선생님들이 왜 빨리 안 해주냐고 그러는 거죠.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업무는 물품 관리 업무예요. 비품으로 등재해야 할 때는 경우가 나뉘는데요. 조달청에서 구입했을 때는 식별번호라는 게 당연히 따라오면서 시스템에 자동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요. 그렇지 않고 시중에서 산 물건들은 사진 찍어서 규격을 찾고, '조달청 목록정보시스템'이라는 곳이 있어요. 여기에 '품목 등록 목록화 요청'을 해야 해요. 한 번에 통과되면 좋은데, 10일 이상 소요되면서 그 이후 보완요청이 떨어질 때가 많기도 하거든요. 여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죠. 어느 업체에 물건인지 전화해야 하고, 찾아봐야 하고. 이게 까다롭다고 해야 할까요? 이 업무를 빼고 싶긴 해요.(웃음)
하면 별 건 아닌데, 품이 많이 들어가요. '어느 학교에서 (구육성회직원이) 하고 있다'라고 하면 업무를 넘기는 사례도 있고요. 절대 받으면 안 되는 업무라고 소문을 내지만, 넘어올 업무는 넘어오더라고요. 그리고 업무를 한 번 받으면 그 업무를 빼기가 어렵습니다. 업무가 넘어올 때는 언제까지만 하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와도 그 업무를 빼지 않고 계속 시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