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을 넣는 모습실제로 페트병과 캔을 넣고 압축되는 과정을 찍은 사진이다.
백현숙
수퍼빈 앱을 깔아야 한다고 했으나, 일단 휴대폰번호만 입력해도 포인트적립이 가능했다. 내가 빈 페트병을 넣으니 안에서 압축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페트병 아래쪽 궁둥이부터 넣으라고 들었으나 깜빡 잊고 나는 마개부터 넣었다. 그래도 알아서 처리해 주는 걸 보니 참 똑똑한 녀석이다. 마침 내 앞에 계신 분이 캔을 넣고 계셔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사진을 찍었다. 캔 역시 10초 정도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화면에 뜬 적립금, '10원'! 언제부턴가 10원이라는 돈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늘상 듣는 큰 단위의 금액에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난 '티끌 모아 태산' 이란 말을 믿는다. 10원이 모여 100원이 되고 1000원이 되고 그 이상의 가치가 되는 돈의 구조를 말이다.
다 쓴 페트병과 캔을 하나씩 넣으며 현금이 적립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기쁨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에겐 적은 금액이지만 재활용품의 선순환 과정과 경제교육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다 쓰고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 된다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다른 재활용들처럼, 이것들은 나중에 생활에 필요한 옷이 되고 가방이 되고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환자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을 이롭게 바꿀 재활용 문화를 만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아침에 봤던 트럭이 다시 나타났다. 아마 하루에 두 번 오나 보다. 다시 자세히 보니밝고 안정적인 푸른색 바탕에, 수퍼빈이란 회사 로고가 쓰여있는 게 이제사 눈에 들어왔다. 트럭 뒤쪽에는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참신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쓰레기도 돈이고 재활용도 놀이다.'
이 말이 재미있어서 혼자서 몇 번을 곱씹어보았다. 나는 이렇게 또 세상을 알아가고 배워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29년차 일본어강사입니다. 더불어 (요즘은) 소소한 일상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며 글로 씁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공유하기
캔과 페트병 넣으면 현금으로, 쓰레기가 돈이 되네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