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에 재원 중인 보호소년들이 생활하는 호실의 창문
최원훈
최근 한 소년원이 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해 시작 연령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44.3%, 중학교가 39.2%였다.
13~15세 사이 청소년들에게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한 것인데,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심각한 수준의 자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자살 시도 위험과 더 밀접히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초기 개입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자해를 지속하는 이유는 '정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가 46.5%, '내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기 위해'가 15.5%였다.
2023년 6월 기준, 가정법원 소년부의 보호관찰 처분 결정으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는 소년 중 정신질환자는 15.8%이다. 또한 비행성이 심화·상습화되어 소년원에 재원 중인 보호소년 중 32%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마음의 병은 소년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부분 어른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부모의 이혼과 사망, 가정의 해체, 보호자의 교도소 수용과 자살, 알코올 중독과 가정폭력, 학대 등 성장기 동안 소년에게 미친 부정적 경험에 근거한다. 따라서 소년범죄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엄벌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전문 의료재활소년원 신설의 필요성
아동·청소년기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에 실패하면 중증화·만성화되고,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시기적절한 치료·재활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를 못 받거나 중단하고 재범을 거듭하다 결국 소년원 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의료재활소년원이 없다.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 왔지만, 소년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님비(NIMBY)현상으로 인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질환 청소년들은 보호처분의 마지막 단계인 소년원에서도 정신질환을 치유하지 못하고 사회로 복귀한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가정환경이 궁핍하고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약물·심리치료와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고, 정서적 고통 치유와 자존감을 높이는 관심과 교육이 절실한 아이들이지만, 갈 곳이 없어 자포자기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며 재범 위험에 노출된다. 가정과 학교, 병원의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의료처우 기관이 필요한 이유이다.
위기청소년, 그중에서도 정신질환·지적장애 청소년들은 국가가 끌어안아야 할 대표적인 소외계층이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치료·교육을 통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인 나는 지난 수년간 언론을 통해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질환 위기청소년을 치료할 의료재활소년원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가 책에 뭐라고 쓰든 가난한 사람의 인생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왜 이전하고 같을 수밖에 없느냐고요?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들을 옷을 뒤집어 보이듯 세상에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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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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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년 32%가 정신질환... 소년원에도 아침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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