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고 있는 안정임 교수
이하영
"나를 아는 거."
안 교수의 답은 간단했다. 그는 모든 수업에서 '나 알기'를 강조한다.
"자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다고 생각해서 관심이 없어요. (나를 알고 믿게 되면) 용기도 좀 나지 않을까요? 남들 다 하지 않는 거라도, 나는 이게 너무 좋으면 해볼 수도 있잖아요."
그는 '선생'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나를 제대로 알기'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한다.
"(선생이 되고 만난) 학생들을 보면 다 똑같은 이유로 울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 (나 말고) 남들은 다 잘하는 것 같다'고요. 그런데 여기엔 그냥 '잘해야 된다'는 것만 있지 왜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어요. 자기에 대한 질문이 없는 거죠."
처음부터 이론 수업을 안 한 건 아니다. '나 알기' 수업에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애들이 그냥 앉아서 필기하고 그런 건(수업은), 잘 들었나 안 들었나 확인할 수 있는 게 시험 밖에 없어요. 시험을 잘 봤다고 해서 수업을 다 이해한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럼 수업으로 약간의 강제를 하자, 그랬죠. 시키면 해야 하잖아. 수업에 어떻게 녹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책을 선택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수업은 <미디어독서와토론>이다. 학생들은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리포트를 쓴다. 수업 시간에는 책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교수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는다. 독서 토론과 같은 수업이지만 '단순 서평 금지, 줄거리 언급 금지, 사회비평 등 논설 형식의 글 금지'가 규칙이다.
"정해진 답은 없어요. '네 얘기를 써, 너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해봐' 그거예요. 다음에 하는 게 조별 토론. 자기가 쓰고 말하고 나면 깨닫더라고요. 비슷한 나이 때 고민하는 부분이 다 비슷한데, 학생들끼리 이야기하게 만들 공간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러면서 서로 힘이 될테니. 공감과 위로, 선생은 절대 줄 수 없죠. 사람의 힘이죠."
그렇게 매주 제출하는 30개의 리포트를 꼼꼼히 읽고 일일이 피드백을 남겨준다.
"피드백이 제일 힘들어요. 읽으면서 메모 달고 또 읽으면서 메모 달고. 이렇게 적으면 학생들이 상처받을까 신경을 많이 쓰니까 한 3개 하면 힘들어서 좀 쉬었다가 다시 하고 이렇게 해서 며칠씩 걸려요."
그러다 보면 학생들의 이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했다.
"막 애써서 기억하는 건 아니예요. 수업에서 매주 자기 이야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이름이) 외워져요. 미디어독서와토론 수업은 문장 만드는 구성만 봐도 (누군지) 보이죠. (리포트를 보면)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느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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