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일반연맹 일반노동조합은 27일 늦은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김재명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의 정년퇴임식을 열었다.
윤성효
"투쟁 조끼를 입는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동지이고, 함께 한다는 의미다... 오늘 방에 걸려 있던 여러 조끼 가운데 민주노총이 처음 만들었던 조끼를 입고 왔다... 민주노총은 노동자한테 '텃밭'과 같은 존재다."
40여년간 노동운동을 해온 김재명(63)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이 정년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한 말이다.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동조합(위원장 조용병)이 27일 늦은 오후 정년퇴임식을 연 것이다.
일반노조 (부)위원장,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을 지낸 김재명 지도위원은 온갖 노동 활동으로 '전과'가 많고 구속되기도 했다. 일반노조는 "모두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운동과 조직을 위한 활동 때문이었다"라며 "그래서 별이 많다는 뜻에서 '은하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행사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은 김 지도위원은 "오늘 방에 걸려 있는 여러 투쟁 조끼 가운데 어떤 걸 입고 가느냐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 중에 이 조끼를 골랐다. 다른 조끼와 다를 것이다. 이 조끼는 민주노총이 결성되고 나서 처음 만든 조끼로 안다. 마크도 없고, 글자만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조끼를 입고 오면서 '나에게 민주노총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우리 집 마당에 있는 텃밭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은 씨를 뿌리지 않거나 정성과 관심을 주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 얻을 수 없다"라며 "민주노총 또한 그렇다고 본다. 내가 씨를 뿌리고 정성과 관심, 나의 모든 것을 쏟았을 때 민주노총이 우리에게 호응한다. 어느 것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에 바라는 것은 아니다. 텃밭과 같은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 지도위원은 "다른 데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운동 속에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노동을 떠나서는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제가 몸담았던 노동운동을 생각해 보면,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지 않는 이상 노동 문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제가 처음 일하러 갔던 공장이 외국투기자본의 기업이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산해 보니 거의 40년 몸 담아 왔다"라고 했다.
이어 "그 과정을 지켜보니 자본에 대한 문제, 권력에 대한 문제든 남한 사회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본다. 그들은 초국적자본,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 하는 자본들의 하수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문제를 제대로 올곧게 세우기 위해서는 현재 남한 사회에서 만들어져 있는 잘못된 구조 자체를 변화하지 않는 이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라며 "남한 사회, 아니 민족이 겪고 있는, 잘못 되어 있는 나라 구조, 갈라져 있는 민족을 하나로 만들어 냈을 때, 그 힘으로 초국적자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해, 그는 "이 자리에 선배와 동지들이 있다.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이 자체가 듣기에는 쉬운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큰 부탁을 드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기를 다들 갖고 있는데, 꼭 할부가 끝날 즈음이 되면 고장이 난다. 사람도 조물주가 딱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퇴직할 때 되니까 그때부터 몸에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건강에 대한 문제는 사전에 조금 더 오래갈 수 있도록, 고장이 나더라도 작은 고장이 날 수 있도록 사전에 잘 예방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제가 고장이 나보니 덜컥 겁이 나더라.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일을 못할 거 같은 것에 대한 것이었다. 천막 농성을 한번 시작하면 몇 달을 천막에서 뒹굴거리고, 어떤 문제가 꼭지까지 차야만 끝이 나는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져 오다 보니 몸도 고장이 나는 것 같다. 몸도 잘 챙겼으면 좋겠다. 잘 먹고 잘 살고 건강을 잘 챙겼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행사에는 허연도·김천욱 지도위원과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당선자,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축사와 축가, 선물 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