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신축 아파트와 우측 우리집 빌라(흰색)의 모습
신부범
신축 아파트와 극명하게 대조된 저 곳은 빈촌이라는 친구의 말에 그냥 웃음으로 넘겼습니다.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사실 그대로 말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친구가 악의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닐 테고요,
그렇지만 맞습니다. 친구말대로 새로 들어선 신축 아파트에 비하면 낡고 허름한 우리 집 빌라는 빈촌으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농담일지라도 진담인 거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도 요즘 오래된 빌라에 대한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 만큼 빈 집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빌라에 살기 시작한 초창기만 해도 신혼부부, 젊은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사는 빌라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아기 울음소리 들리고, 초등학생들이 시끌벅적 뛰어노는, 그야말로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빌라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어느 순간 점차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다들 아파트 거주를 선호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거주 형태도 불가피하게 변한 까닭이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참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언젠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본인이 좋으면 그 집이 최고의 집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외양만 보면 우리 집 빌라는 최고의 집이라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외벽은 수십 년 세월의 풍파를 겪은 만큼이나 꾀죄죄합니다. 증축하고 한 번도 안 한 페인트 도색, 외벽은 땟국물로 찌들어 거무튀튀한 게 볼썽사납습니다. 여기저기 곳곳에 페인트 쪼가리들도 떨어져 나가, 밖에서 보면 사람이 살만한 집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남루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