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일출 광경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처 바닷가에서 오전 7시 55분에 찍은 사진.
박향숙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순간에 새해라고 말하려니 여간 쑥스럽지 않더군요. 지인들의 새해 안부인사에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람 역시 정신없이 울리고요. 잠시 눈을 붙였는데 저절로 새해 꼭두새벽을 맞이했습니다.
전북 군산에서도 탁류길·선유도 등에서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며 떡국을 나누고 풍물을 울리는 등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닷가인 선창가로 향했답니다. 책방을 하며 지난 2년간 산꼭대기 정자 위에서 일출 바라봤는데, 고층빌딩에 가려져 이미 그 멋이 상실됐음을 기억했기 때문이지요.
뜻밖에 사진전문가들이 장비를 갖추고 일찍부터 나왔더군요.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 건네며 서로 복주머니를 나눴습니다. 처음 본 사람들인데도, 어느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야 아름다운 일출을 담는지 자세히 가르쳐줬습니다. 또 다른 유명 지역에서는 구름에 가려서 사진 찍는 재미가 없을 거라며, 군산의 바닷가 일출은 정말 아름다운 명소 중의 하나라고 칭찬하더군요.
해를 기다리면서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서쪽 하늘을 한바퀴 돌아보다 귀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이동하는 기러기떼와 달이었습니다. 갑자기 일월오봉도 그림이 연상되더군요. 물론 그런 순간을 사진에 담는 행운은 없었지만, 충분히 상상만으로도 해와 달을 새해 첫 하늘에 그려넣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 7시 50분, "와 나온다. 저기 저기. 와 빨갛다. 신가하다." 어느새 저를 찾아온 조카 3명의 소리가 들려서 바라보니, 정말 붉은 앵두처럼 작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길어봤자, 약 30초 정도면 이쁜 모습 사라져요. 사진 찍어보세요"라는 전문 사진가의 조언도 들려왔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조카들이 일제히 부두가 난간 앞에 서서 소망을 비는 듯한 자세로 붉은 해를 맞이하는 모습이었지요. 무슨 소망을 빌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