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은 기초체력이 중요하므로 러닝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이현우
기본 운동 이후 혹은 운동 중간에 웨이트나 스파링 등 자율운동을 하는 이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각 단계별 세트 수나 운동 구성을 조정할 수 있다.
1년 동안 회식과 가족 행사를 제외하고는 평균 주 4회, 일 2시간 이상 복싱을 수련했다. 기초 체력이 향상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은 의심의 몸뚱아리다. 채식과 고강도 운동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냐"라는 의심 가득한 질문을 매번 받는다. 간혹 미지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 된 것도 같다. 파트리크 바부미안(비건 스트롱맨)처럼 '근육 벌크업'을 하면 이 단백질 질문이 그칠까.
육식하던 때와 근육량은 크게 차이가 없다. 오히려 체지방률은 10%로 낮은 편이다. 육식하던 때보다도 낮은 수치다. 낮은 체지방률은 성실하게 운동해서 얻은 덤이다.
체력 증진 외에도 한 가지 목적이 더 있기도 했다. 재활이었다. 2022년 10월 사고로 왼쪽 발목이 심하게 꺾였다. 발 전체에 피멍이 들고 종아리와 발목의 경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었다. 목발을 짚어야만 이동이 가능했다.
3개월 후 복싱장에 등록하여 재활을 시작했다. 발목을 다치고 복싱한다는 소식에 '위험한 거 아니냐'라고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다행히도 복싱 특성 상 왼발을 굽힐 일은 많지 않았다. 재활의학과 원장님께서도 왼발을 굽힐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복싱을 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주셨다.
줄넘기나 스텝 훈련을 하면서 종아리 근육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종아리와 주변 근육이 손상된 발목 인대를 대신하여 기능했다. 혈액이 순환되면서 굳은 발목과 주변 근육이 이완되는 효과도 있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달리기도 가능한 수준으로 발목 상태가 괜찮아졌다.
여기까지는 복싱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예상하던 바다. 그런데 1년 간 복싱장에 꾸준히 다니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취미 복싱, 그런데 최우수선수상이라니
두 번의 생활복싱대회에 나갔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상대와 링 위에서 주먹을 나눴다. 생활복싱대회에 나갈 생각이 처음부터 있던 건 아니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체육관에 등록했다. 등록하고 보니 관장님은 챔피언 출신이고 다섯 명가량의 프로 복서가 소속된 체육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