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오래된 건물 외벽 페인트 가루의 토양 독성연구진은 건물 외벽에서 부식되어 떨어진 페인트 가루가 예쁜꼬마선충에게 생식독성을 유발하며, 그 원인 물질이 알킬아민이라는 페인트 첨가제임을 밝혀냈다.
GIST 제공
건물 외벽이 노후되어 발생하는 페인트 가루가 수십 년이 지나도 토양 생물에 치명적인 생식독성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페인트 첨가제' 규제에 대한 정책 보완뿐만 아니라 안전 물질로 대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9일 "지구‧환경공학부 김태영 교수 연구팀이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성분이 수십 년 후에도 토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분산제'란 계면활성제의 일종으로, 물과 기름처럼 본래라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을 섞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페인트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이 토양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화학물질청(European Chemicals Agency) 조사에 따르면, 페인트는 토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중에서 타이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이에 연구팀은 건물 외벽이 노후되어 발생하는 페인트 가루가 토양 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기 위해 1950년대의 외벽 페인트가 남아있는 옛 동독지역 폐가 주변에서 땅에 떨어진 페인트 조각을 표본으로 삼았다.
먼저 수집한 페인트 조각을 모아 잘게 부순 후 가루의 크기에 따라 5개 그룹(500−1000, 250−500, 100−250, 50−100, 20−50μm)으로 분류해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에 독성을 나타내는지 확인했다. '예쁜꼬마선충'은 토양에 널리 서식하는 약 1mm 길이의 작은 생물로,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토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페인트 가루는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나타냈으며, 독성의 세기는 페인트 가루의 색깔과 크기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페인트 가루가 토양에 1%(무게비) 섞여 있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자손 수가 최대 약 60%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러한 독성의 차이를 나타내는 핵심 원인 물질이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알킬아민(Alkyl amines)이라는 것을 질량분석을 통해 밝혔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킬아민'은 아민은 질소 원자를 가진 염기성 작용기와 화합물을 말하며, 암모니아의 유도체로서 수소 원자가 들어갈 자리에 탄소 사슬이 치환된 형태를 알킬아민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토양에 알킬아민이 25ppm(parts per million, 백만분의 일, 무게비) 정도일 경우,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