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9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출연한 '고스톱 부부' 아내 박효정씨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자택에서 딸과 찍은 사진과 함께 순환근무 공문, 병원 진단서 등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복건우
박효정(40)씨는 1년 전 출연한 <결혼지옥 - 오은영 리포트(아래 결혼지옥)>의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딸을 껴안고 간지럽히던 남편과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딸, 그리고 남편이 딸의 엉덩이를 찌르며 주사 놓는 시늉을 하는 모습이었다. "딸을 사랑해서 한 애정표현"(남편)과 "아이가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아내) 사이에서, 그 장면은 방송 직후 교묘하게 편집돼 온라인상에 퍼졌다.
시청자들은 아동 성추행범(남편), 성추행 방임자(아내), 친족 성폭력 피해자(딸)로 가족을 신고했다. 언론은 뭇매를 퍼부어대는 여론을 그대로 받아썼고, 경찰의 내사 단계부터 내밀한 수사 정보가 언론에 흘러나왔다. 결국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수사기관은 사건 종결까지 8개월을 끌었다. 대중, 언론, 경찰은 가족을 끝없는 고통으로 밀어 넣었다.
"정말 살고 싶었고, 이겨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말을 들어주는 곳은 없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요. 이러다 벼랑 끝으로 내몰려 죽게 돼야 제 이야기를 들어줄까 싶어요."
지난 6일 자택에서 만난 아내 박효정씨는 딸의 방 한편에 앉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방송 후 악의적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남편과 헤어졌다. 박씨는 열흘 전 배우 이선균씨의 죽음을 접하고 다시 한 번 고통에 시달렸다. 이씨가 목숨을 잃은 과정,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그 '악순환'에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한 사람의 삶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분위기, 이미 사회적인 죽음을 만들어 놓고 모르는 체하는 사람들, 조사를 지연시키는 수사기관...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칼이 아닌 바늘에 찔려 서서히 죽어갔어요."
'결혼지옥'을 벗어나려 한 곳에 '결혼보다 더한 지옥'이 있었다.
방송 다음 날부터 시달린 '악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