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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결정에 '불복'

"최초 범행 자백 당시 '위법 수사' 없었다"며 항고...재심 개시 대법원이 최종 결정

등록 2024.01.11 13:53수정 2024.01.1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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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방법원에서 내려다본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청사
광주지방법원에서 내려다본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청사김형호
 
검찰이 이른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불복했다. 검찰의 즉시항고에 따라 문제의 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는 대법원이 최종 판단하게 됐다.

광주고등검찰청은 11일 이 사건 관련 광주고등법원의 재심개시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재심 관련 규정 및 대법원 판례 법리를 토대로 법원의 재심개시결정 이유를 분석한 결과, 재심사유의 존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무고 수사를 받던 피고인이 자신의 살인 범행을 자백해 피고인들에 대해 살인 혐의로 수사가 개시됐던 사안"이라며 "최초 범행을 자백한 과정에 위법한 수사방법이 개입된 바 없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령이 정한 절차 범위에서 재심 사유 존재 여부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제시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심 청구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의 항고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10여 년 전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부녀에 대해 각각 20년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최근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는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며 "법원이 재심개시를 결정한 것은 이 사건 관련 CCTV 자료 등 검찰이 기존에 제출하지 않았던 무죄의 증거를 새롭게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항고에 나선 검찰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항고심 절차에서 재심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는 범행 재연 장면. 남도방송 화면 갈무리.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는 범행 재연 장면. 남도방송 화면 갈무리.남도방송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라남도 순천시 황전면에서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막걸리를 나눠 마신 주민 4명 중 2명이 숨진 사건이다.

주민 백아무개(73)씨와 막내딸(40)이 아내이자 엄마인 최아무개(당시 59세)씨를 죽이려고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병 2개를 마당에 둔 뒤, 최씨에게 일 나갈 때 들고 가 마시라고 했고, 이 막걸리를 나눠 마신 최씨 등 2명이 숨졌다는 게 당시 검찰 공소사실 요지였다.


범행에 사용된 막걸리는 화물차를 타고 일을 나간 딸이 그해 '7월 2일' 오후 6시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구입했고, 청산가리는 17년 전부터 백씨 집 부엌 선반에 보관했던 것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백씨에 대해선 살인과 살인미수를, 딸에 대해선 존속살해와 살인, 살인미수, 무고 혐의를 적용했고 2009년 9월 11일 1심 법원(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딸의 무고죄는 인정됐다.

광주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2011년 11월 10일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백씨 부녀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한 뒤 백씨에 대해선 징역 20년을, 딸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백씨 부녀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012년 3월 15일 상고를 기각하면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2022년 1월 10일 백씨 부녀가 박준영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 발생 이후 이뤄진 검찰 수사 과정에 강압수사가 있었고, 백씨 부녀에게 유리한 증거(CCTV 자료 등)를 일부러 감췄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다.

재심 청구 사건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형사2-2부(부장 오영상·박성윤·박정훈)는 지난 4일 이 사건 항소심 판결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광주고등법원 청사
광주고등법원 청사김형호

재판부는 2009년 8월 25일 검찰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이 인정된다며,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정한 재심사유라고 밝혔다.

수사검사가 백씨에게 유도신문을 하고, 양형에 관한 보상을 설명하거나 딸에 대한 수사 방향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등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경찰 초동 수사 당시 수집된, 이 사건 막걸리 구매에 쓰였다는 화물차 관련 CCTV 자료가 새롭게 발견된 것도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며, 이 또한 형사사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라고 밝혔다.

이 CCTV 자료는 박 변호사가 순천지청 사무실에서 자료를 살피던 중 우연히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2009년 7월 1일부터 사건 당일인 6일까지 마을 앞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오로지 5일 오전 7시 28분 한차례 촬영됐을 뿐 2일을 비롯한 다른 일자에는 전혀 촬영된 적이 없었다.

또한 백씨의 경우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딸이 화물차를 타고 막걸리를 사온 날을 2009년 7월 3일 금요일이라고 진술했으므로, 막거리 구입 공사사실(7월 2일)과도 배치됐다.

재판부는 "새롭게 발견된 증거인 화물차 관련 CCTV 자료 및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경찰 초동 수사 당시 백씨 딸 등의 진술 그리고 백씨의 진술을 고려하면, 유죄로 확정된 재심 대상 판결(항소심 판결)은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A(74)씨가 4일 재심 개시와 형 집행 정지로 순천교도소에서 풀려나고 있다. 2024.1.4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 A(74)씨가 4일 재심 개시와 형 집행 정지로 순천교도소에서 풀려나고 있다. 2024.1.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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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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