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도에서 40년 넘게 섬초를 재배해온 강경순 씨. 한겨울인 요즘이 섬초 수확철이다.
이광표
비금도 도처가 초록이지만 자세히 보니 조금씩 색이 다르다. 좀 더 진한 초록이 있고 약간 연한 초록도 있다. 묵직한 초록도 있고 가벼운 초록도 있다. 열심히 섬초를 수확 중인 강경순(66)씨를 만났다.
그는 비금도에서 태어나 비금도에서만 살고 있다. "스물다섯에 결혼하고 그때부터 계속 시금치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강씨에게 시금치 색깔의 차이에 대해 물었더니 "섬초의 종자가 10여 개나 되다 보니 종자에 따라 싹이 나서 자라면 그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고 설명해주었다.
섬초는 거의 전량 서울의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으로 올라간다. 비금면사무소 근처엔 시금치 집하장이 있다. 매일 오후 4시 이곳에서 섬초를 취합해 그날 밤 배편으로 암태도와 목포로 내보낸다.
곧바로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수송돼 다음 날 야간 경매에 부친다. 개인 소비자에게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2023년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넘어간 것은 10kg짜리 박스 26만 개. 비금도 주민 600가구가 550ha의 면적에서 섬초를 생산하고 있다.
비금농협에서 섬초를 담당하고 있는 김대중 과장의 설명.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시금치를 경매할 때, 비금도 섬초를 먼저 경매하고 다른 지역 시금치의 경매가 이뤄집니다." 섬초가 가장 인기가 높고 반응이 좋다는 말이다. 김 과장은 "우리 섬초가 가락동 시장에서 항상 최고 대우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섬초는 눈을 맞으면 더 달다고 한다. 시금치의 섬 비금도에 왔으니 그 섬초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비금면사무소 근처의 인기 맛집 '보릿고개'에서 저녁 식사를 주문했다. 섬초 무침이 빠지지 않았다. 사장님은 "얼마 전 눈이 내려 오늘 무친 섬초는 더 달짝지근할 것"이라고 했다. 사장님 말대로, 섬초 무침을 먹어보니 묵직하고 달짝지근하다.
씹을수록 달짝지근해 그 맛이 오래 간다. 평소 먹었던 시금치보다 잎이 두껍다는 것도 금방 느낄 수 있다. 겨울철 눈을 맞으면 단맛이 더 강해지는 섬초. 그래서 섬초는 겨울철에 더더욱 인기다. 김대중 과장은 "수확하고 일주일쯤 지나도 물에 담그면 섬초가 다시 살아난다"고 자랑한다.
국가등록문화재 대동염전
비금도에서 천일염을 빼놓을 수 없다. 비금도는 호남지역 최초로 천일염전이 조성된 지역. 그 주역이 박삼만이다. 박삼만은 청년 시절 일본인이 운영하던 평남 용강군의 귀성염전에서 천일제염법을 배웠다.
광복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박삼만은 1946년 손봉훈 등과 함께 비금도 수림리 앞의 갯벌을 막아 시험적으로 천일염전을 조성했고 그해 6월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천일염 생산에 성공했다. 이 염전을 호남 시조염전이라고 한다. 가산항에 세워놓은 수차 돌리는 염부 조형물은 바로 박삼만을 모델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