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022년 12월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유성호
판사 : "(이태원 참사 당일 2022년 10월 29일) 오후 11시경까지는 이태원 파출소 내에서 이태원 사고 같은 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건가."
용산경찰서 최아무개 경위 : "네."
판사 : "그럼 이런 문서가 작성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최아무개 경위 : "…"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130미터 떨어진 이태원 파출소에서 참사 발생 후 45분이 지나도록 참사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경찰 내부 직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이었던 최아무개 경위는 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경위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이 전 서장과 함께 기소된 인물이다.
재판부가 지적한 문서는 '이태원 핼로윈 데이 현장 조치상황(1보)'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최 경위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22시 13분 : 이태원 파출소장 현장 입장 후 초동조치 119 출동요청', '22시 17분 : (용산)경찰서장(이임재) 현장 도착 후 교통소통을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차량 통제 지시' 등이 쓰여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CCTV 등에 따르면, 이임재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17분이 아닌 오후 11시 5분께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시점은 오후 10시 15분이다.
최아무개 경위는 거듭 "시간을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최 경위는 "한 시간 반 정도 지나고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시간을 따로 체크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 경위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 50분께 이태원 파출소에서 해당 보고서를 작성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나서 최 경위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판사는 "증인은 앞서 (참사 당일) 오후 11시까지는 이태원 파출소 내에서 전혀 이런 큰 사고가 벌어졌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지 않나"라며 "한 시간 반 전 기억을 되짚어서 작성했다고 해도, 증인의 기억과도 전혀 다른 내용을 보고서에 기재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판사는 "이렇게 시간을 임의로 기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나"라고도 했다.
오후 11시까지 몰랐다는 이태원 파출소... "근데 왜 이렇게 썼나"
최 경위는 보고서 작성 과정 때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간을 앞당기라는 이임재 전 서장 측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최 경위는 현재도 용산경찰서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에 의해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참사 당일 오후 11시 전까지는 참사 상황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이 전 서장이 국회 국정조사(2023년 1월 4일)에서 "사실은 그 이전에 이태원 사고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참사 당일 오후 11시 1분경 최초로 인지했다고 허위 증언했다"라며 이 전 서장을 추가 기소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태원 참사 이전인 2022년 10월 4일 작성된 '가을 축제 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 위험요인 SRI'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경찰관 김아무개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공공안녕정보계 소속이었고, 해당 보고서에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포함시켰다.
김씨는 '이 보고서가 이임재 전 서장에게 보고됐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직접 보고하는 위치가 아니라 보고됐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김씨는 과거 경찰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참사 당시 경찰이 이태원 인파 관리보다 집회 관리에 더 집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데 대해 "지금 똑같이 물어본다면 모르겠다고 답변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정하고 대답한 게 좀 안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아래와 같이 진술했었다.
"그분들(경찰 간부)의 입장을 대변하기는 조금 애매한데, 그 시기에 관내에 맞불 집회가 있어서 그 집회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고, 당연히 이태원 할로윈 축제를 알고 계시긴 했을 테지만 업무 집중을 집회 쪽으로 좀 더 집중하지 않았나 합니다." -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공공안녕안정보계 소속이었던 경찰관 김아무개씨 경찰 진술 조서 중
김씨 역시 현재도 용산경찰서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태원 현장에 정보과·경비과 경찰 없었나" 강조한 재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