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에서 이용한 캠핑카톨레도 성을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숙소이기도 했다.
오영식
"아, 진짜 어떡하지. 큰일이네."
"아빠, 내가 창문으로 밖에 나갈까? 나가서 아빠를 구해 줄게."
화장실 걱정으로 아빠는 심각한 표정인데도 아들은 재밌어한다. 그런 아들을 보니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너만 나가서 아빠한테 먹을 거 넣어 주게?"
"응, 내가 아빠를 꿀꿀이(돼지)처럼 밖에서 먹이 주면서 살려 줄게."
이런 상황에도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아들을 보니 웃음이 나서 한참을 웃다가 순간 머릿속에 하나가 떠올랐다. 처음에 주인이 캠핑카에 관해 설명할 때였다. 시설에 관해 설명할 게 많아 주인이 속사포처럼 말할 때, 스쳐가듯 분명히 들었던 정보 하나가 있었다.
"이 열쇠는 캠핑카에서 떠날 때 밖에서 잠그는 거고요, 여기 안에서 잠그는 열쇠는 싱크대 옆에 걸어 놓을게요. 문에 꽂아 놓으면 애들이 장난 치다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나한테 준 열쇠는 밖에서 잠그는 열쇠고, 문을 안에서 여는 열쇠는 싱크대 옆에 있다고 했지!'
싱크대 선반을 보니 정말로 작은 열쇠 하나가 걸려 있었고, 문에 꽂아 돌려보니 그제야 문이 열렸다.
"태풍아, 네가 살렸다. 네가 웃겨줘서 열쇠가 어디 있는지 갑자기 생각났어."
"진짜? 아빠, 그래서 돼지는 원숭이랑 같이 다녀야 하는 거야! 원숭이도 도움이 될 때가 있지?"
"하하! 그래, 우리 원숭이, 돼지아빠랑 꼭 붙어서 같이 다니자~ 고마워."
동화 속 도시같았던 톨레도
다음 날 아들과 톨레도 성으로 올라갔다. 스페인의 옛 수도이기도 한 톨레도는 타구스강이 감싸 흐르는 지역 안에 요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 성 주변으로 흐르는 타구스강은 서쪽으로 흘러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이어진다. 3세기 로마 제국부터 이슬람과 기독교가 번갈아 가며 지배했던 이곳은, 다양한 문화재가 넘쳐나 198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