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달고나 먹고 싶어요즉석에서 달고나를 만들고 있는 남편
임태희
"낮엔 차 고치고 밤엔 요리하는 남자~
집에 소금이 어디 있는지 아내보다 더 잘 아는 남자~
그게 바로 내 남자~!"
내가 만일 남편송을 만든다면 경쾌한 트로트 리듬 위에 요런 가사를 사뿐 얹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하는 남편 주위에서 탬버린을 신나게 흔들며 율동과 함께 스페셜 디너쇼를 보여주겠다.
그렇다. 우리 집은 남편이 주로 요리를 한다. 심각한 화폐상 습진 환자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 탓에, 남편은 결혼과 동시에 낮엔 정비사로, 밤엔 우리 집 요리사로 투잡을 뛰게 되었다.
피가 나고 진물이 흐르는 내 피부를 보고 남편이 스스로 짊어진 과업이었다. 덕분에 나는 최소한으로 손에 물을 묻히며 공주처럼 살고 있다. 이 못난이 공주는 피부병을 간절히 고치고 싶다. 얼른 건강해져서 히어로가 홀로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사이좋게 나누어 지고 그와 함께 오래도록 동행하고 싶다.
남편의 요리에선 언제나 좋은 맛이 난다. 탄탄한 기본기라는 프라이팬 아래에 최고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불사르니 맛이 좋을 수밖에! 본인 입이 즐겁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저녁식사는 오직 피자 아니면 치킨으로만 연명하고, 그마저도 귀찮을 땐 굶어버리는 사람이지 않았던가.
우리 집 식탁에서 매 끼니 그릇에 담기는 것은 남편의 마음이다. 본인의 입맛은 뒷전에 두고, 그저 우리 아이를 크게 키우고 피부 환자인 아내의 아픈 몸을 편하게 해 주겠다는 지극한 마음. 그 고봉처럼 수북한 희고 따뜻한 마음이 오늘도 내일도 아이와 나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