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연합뉴스
하지만 나 역시 이따금 마트로 향한다. 공산품과 주류 때문이다. 공산품은 온라인 쇼핑으로도 편리하게 살 수 있지만 그때마다 무더기로 생기는 비닐과 상자를 처리하는 것도 번거롭고 환경을 생각해도 찜찜하다. 주류는 나이 제한이 있어서 천상 직접 가야 하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편의점보다는 마트가 딱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살 품목을 꼼꼼하게 정해두고 가도 마트에서는 그것만 사 오는 것이 도무지 쉽지 않다. 오늘만 세일이라는 물건, 1+1이라는 물건도 퍽 유혹적이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해도 온통 내게 필요했던 것만 같다.
어쩌면 조명부터 동선, 음악까지 다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홀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단돈 3만 원으로 마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풍요가 아닌, 결핍감 아닐까. 그러니 나는 아무리 마트가 쾌적하고 편안해도 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전통시장이라는 신세계, 이렇게 끝일까
한동안 이 전통시장의 맛을 주변 지인들과 공유하며 즐거웠다. 그 시작은 마트 주말 휴무 때문이었다. 주중엔 너무 바빠 장 볼 틈이 없다는 한 친구는, 처음엔 울며 겨자 먹기로 전통시장으로 향했다가 신세계를 맛봤다고 했다. 주중 내내 함께 한 인공조명이 아니라 햇살과 바람이 통하는 시장 안을 돌아다니니 주말의 휴식이 몇 배 더 진하게 느껴졌다고. 저렴해진 부식비 역시 쏠쏠한 행복이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즐거움도 곧 끝날 모양인가 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공휴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원칙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23일, 서울시의회 김지향 서울시의원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 지정한다'는 문구를 뺀 '서울시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로써 사실상 서울의 모든 자치구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나는 직접적인 변화는 바로 체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덜컥 겁이 나곤 한다. 실제로 집 근처의 한 시장은 거의 명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가게 자리는 남아 있지만 열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내가 다니는 곳까지 이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