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대성당 내부. 화려한 색감의 공간도 있지만 이렇게 흰 기둥의 단순한 소박함도 아름답다.
김연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라나다 대성당은 내게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잠시 대성당에 머무는 동안 마음이 한없이 편안했다. 아무래도 나는 금빛 번쩍하는 화려한 장식의 성당보다는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의 성당에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 의자에 앉아 묵상을 하고 성당 한편에 있는 성물방에서 묵주 팔찌를 사가지고 나왔다.
뜨거운 한낮의 햇빛을 피해 숙소로 들어와 잠시 쉬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지 한낮의 땡볕에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운 나라의 문화, 우리도 따랐다. 오후 2시 30분부터 알람브라 궁전을 돌아보려 한다. 자세히 알고 싶어 미리 한국인 가이드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시간에 맞춰 알람브라 궁전 매표소에 도착해 보니 다른 두 명의 신청자가 더 있다.
우리를 포함해 총 네 명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투어를 시작했다. 놀랍게도 입장을 할 때 여권을 보여주어야 했다.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알람브라에 오기를 원하는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입장권을 사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확한 입장객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여권을 확인한다는 거다. 여권을 확인하는 관광명소는 처음이다.
그라나다를 오는 사람들은 알람브라를 보러 오는 거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스무 살 무렵 기타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처음 들었다. 거침없이 빠르고 화려한 현의 튕겨 나는 소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저리고 아름다운 기타 선율에 단박에 매료되었다. 언젠가 스페인, 그중에서도 꼭 알람브라를 가봐야겠다고 그때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십여 년 가까이 흘러 드디어 이제 왔다.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알람브라, 과연 어떨까 몹시 설레며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
그라나다는 800여 년간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 왕국 최후의 보루였다. 가톨릭에게 정복당하기 전까지 이슬람 왕국의 문화가 찬란하게 꽃 피운 곳이다. 고도로 발달한 이슬람 문화의 정수, 이슬람 문명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빛나는 현장이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당한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알람브라, 애잔함이 더 느껴진다. 알람브라는 그라나다에 있는 궁전과 성곽의 복합단지를 말한다. 아랍왕조 나스르 왕국의 궁전으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알람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것'이란 뜻이다. 이름답게 성채 전체가 붉은빛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