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사 태극기 들고 퍼레이드국제미사에서 태극기 들고 퍼레이드 참석하면서 설 명절을 기념해봅니다.
김명주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영국 땅에 모여 살고 있다. 신부님은 함께 함에 감사하고 축복한다는 메시지를 나누신다. 미사 후에는 나라별 음식들을 모아 놓고 파티를 한다. 중국을 비롯해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출신의 구정 문화가 있는 나라 사람들은 새해와 관련 있는 음식들을 가져 왔다. 모인 사람들과 음식 나누며 "Happy New Year~" 인사한다.
이젠 추억이 된 명절
어릴 때 우리가 장손집이다 보니 기 제사에 명절 차례까지 장 보러 갈 일은 수시로 있었다. 엄마는 딸 둘을 좌청룡 우백호 마냥 옆에 딱 붙여서 장 보기를 좋아하셨다. 미리 써 온 구매 목록에 따라 가게들을 도는데, 제사상에는 크고 빛깔 좋은 음식을 조상께 올리는 거라고 하셨다. 정종에 향까지 고르고 나면 엄마는 딸들에게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고르라 하셨다. 장 보는데 쫓아다니느라 애썼다는 엄마의 포상이었다.
집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바빠진다. 제기를 닦고 굽고 찌고 볶고 삶고… 4구 가스레인지로 모자라 가스버너까지 내어 놓고 반나절 지지고 볶는다.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예쁘게 한 상 차려놓고 나면 뿌듯하기는 하다. 품이 들어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상님들이 새해 복 가득 안겨 주실 것 같은 멋진 제사상이다.
만든 음식을 가족들과 나눠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이제부터는 노는 시간이다. 어려서는 윷놀이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할머니 좋아하시는 고스톱이 명절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
할머니는 치매 안 걸리려고 한다 하셨다. 백 원짜리 동전을 가득 챙겨 오셨던 걸 보면 자식들이랑 치는 고스톱을 정말 재밌어 하셨던 것 같다. 설 다음날 조상님 모셔놓은 묘소에 다녀오면 새해 받을 복을 다 받아 온 기분이었다.
해외 이주 첫해, 설날 차례 대신 여행을 가면서 신나는 해방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고향 설이 그리워질 줄이야. 한국 사는 동생들은 "언니는 제사 지내지 않아 좋겠다"고 한다. 난 명절마다 동생들이 부럽다. 가족들끼리 복작복작 음식 나눠먹으며 덕담 나누고, 고스톱 치고, 고속도로 교통 체증에 갇혀 차 속에서 간식 먹으며 나누던 농담도 그립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함께 할 수는 없지만 화상 통화로 덕담 나누면서 아쉬운 마음 달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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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국에서 활동중인 김명주 입니다. 현지에서 소재를 찾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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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시금치, 중국 무, 모로코 애호박으로 명절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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