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홍남표 창원시장이 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을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성효
[기사보강 : 8일 오후 3시 49분]
공직선거법 위반(후보매수‧이해유도죄 등) 혐의를 받아오던 국민의힘 홍남표 경남 창원특례시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 시장 선거 때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을 맡은 최아무개씨와 공직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해온 이아무개씨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유진‧이큰가람‧이진석 판사)는 8일 오전 홍 시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홍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최아무개씨와 공모해 이아무개씨에게 출마하지 않는 대신에 공직을 제안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이 사건은 이씨가 검찰에 '공직 제안을 받았다'고 고발하면서 시작됐고, 검찰은 2023년 12월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재판은 1년 넘게 진행돼 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이씨가 '후보자가 되려고 했던 자'였는지, 홍 시장이 최씨와 공모를 했는지 여부였다.
먼저 이씨가 시장선거 후보가 되려고 했는지와 관련해 장유진 부장판사는 "법정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거짓말을 할 이유도 보이지 않으며, 유죄가 되면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도 공직 제안을 받았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라면서 "당내 경선 참여를 위해 필요한 20가지 정도 서류 가운데 일부 준비를 했고, 언론사 인터뷰를 하며 '후보로 언급해 달라'고 했던 점이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경력이 있고, 창원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참여해 인지도를 올려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고 했던 점은 설득력이 있다"라며 "선거 팜플렛이나 명함은 당내 경선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내 경선에 나갈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 "공모 직접 증거 발견 안 돼"
이밖에 최씨가 이씨에게 경제특보 제안을 한 사실은 인정됐지만, 홍 시장과 최씨의 공모는 인정되지 않았다.
장 부장판사는 "2022년 4월 5일 한 식당에서 서로 만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대화를 했으며, 심각하거나 진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식당 대화만으로 자리 제안에 대해 확정하기 어렵고, 홍 시장이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 공모에 대한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홍 시장에 대해선 "이씨는 최씨가 자리 약속을 한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홍 시장은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는 것에 납득이 간다"라고 판단했다.
최아무개씨에 대해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의 표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런 차원에서 젊은 이아무개씨가 출마하지 않으면서 공직 제안을 받고 홍 시장의 선거캠프 합류 등이 논의됐다"라며 "죄가 가볍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씨에 대해선 "최씨의 공직 제안을 수락해 출마를 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되며 죄가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 "고발자로 처음 폭로하고, 초범인 점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홍 시장에게 무죄, 최씨에게 징역 6월, 이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최씨에 대해선 재판에 성실히 참석한 점 등을 들어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선고 이후 홍남표 시장은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시정을 잘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검찰 "일반인 상식과 거리가 있는 판결"
창원지방검찰청은 이날 낸 입장문을 통해 "선거판의 일반적인 논리에 대하여 재판부도 인정하면서도 정치신인이어서 그 논리를 따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아무 근거 없는 재판부의 추측에 불과하다"라며 "일반인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원심판결의 위법·부당한 점을 즉각 항소해 적극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홍남표 시장과 최씨가 공모해 2022년 4월 5일 식당에서 시장 선거 당내 경선에 출마하려는 이씨에게 출마를 포기하고 홍남표 캠프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경제특보는 보장하며, 열심히 하면 그 이상(부시장)도 가능하다'며 공사의 직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라면서 "홍 시장이 공소사실 일시, 장소에서 최씨와 함께 이씨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최씨가 이씨에게 경제특보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대화가 진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홍 시장이 최씨와 공모한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선거과정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이 후보자의 동의나 묵시적 승낙 없이 위와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홍남표 시장이 정치신인이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최씨가 독단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시했다"며 "재판부의 판시내용에 따르면, 결국 총괄선대본부장인 최씨가 이씨에게 경제특보 자리를 제안했고 그 제안 일시, 장소에 홍남표 시장이 동석했으며, 그 장소에서 최씨가 자리를 제안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진지한 제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치신인이었다'는 이유로 홍 시장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주장대로라면, 남녀가 결혼하기 전 단순히 밥을 먹으면서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프로포즈를 하면 진지하지 않은 것이므로 결혼을 제안한 것이 아니고, 호텔 방을 빌려 비싼 선물을 준비하고 각서를 써서 프로포즈를 해야 결혼을 제안한 것이 된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홍남표 창원시장 무죄 판결에 '유감'
이번 선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유감을 나타냈다. 진형익 대변인은 이날 자료를 통해 "선거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당내 경선에 있어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게 단독으로 공직을 제안한다는 게 상식적인가.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무슨 권한으로 단독범행을 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홍남표 시장을 살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며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두 사람의 불법 행위가 밝혀진 만큼, 권력의 끝인 홍남표 시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안타깝다. 법원과 검찰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 기했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진형익 대변인은 "검찰은 홍남표 시장과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간의 후보자 매수 등에 대한 구체적 연결고리를 찾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철저한 수사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