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코스트코 매장캐나다 코스트코에 진열되어 있는 우리의 고유의 음식 잡채가 판매되고 있다
김종섭
매장을 러보다가 잡채라는 영문 표기가 되어 있는 상품을 발견했다. 정면에서 본 박스 앞부분 전체가 영문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 진열대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서는 생산자 표기를 발견하지를 못했다.
자세히 다가서서 살펴보았다. 바짝 다가서야 보일 정도로 아주 작은 글씨체로 우측 상단에 회사 마크와 함께 한글 표기로 행소반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밑부분에는 영어로 (KOREAN FOOD EXPERT HAENGSOBAN) 같은 작은 글씨로 한국 음식임을 알렸다. 아마도 이 작은 한글 표기라도 없었다면 국적 불명의 음식으로 뒤바뀔 뻔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스 정면에 한글로 좀 더 크고 선명하게 생산자 이름과 한국 음식임을 표기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사 나름대로 마케팅 이미지 전략 측면에서 생산자 표기를 일부러 자세히 보아야 식별 가능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일 수도 있다. 쉬운 예로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브랜드 S사와 H사 같은 경우 회사표기는 사용하고 있는데 이외로 생산국가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회사 나름의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이라고 얼핏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잡채 또한 정면으로 뚜렷하게 생산자 표기에 나서지 않은 이유도 비슷한 유형의 전략이 아니었을까.
캐나다 현지 마트에 한국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는 것이 요즘에는 사실 생소한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공산품과는 달리 음식은 민감한 반응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음식이 캐나다인들 미각을 흔들어 놓기란 쉽지 않다. 음식의 맛 이전에 첨가되는 양념의 맛 차이가 전혀 다른 부분이 있다. 자칫 거부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다. 세계적인 대형 유통 업체인 코스트코에서 한국의 잡채를 수입 판매할 정도이면 현지인 입맛 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판매에 돌입한 것이 확실시된다.
잡채는 한국식탁에서도 흔하게 올라오는 음식은 아니다. 흔하게라는 표현보다는 대중화된 김치와는 또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잡채의 맛을 경험할 때는 특별한 날에만 가능했다. 생일, 잔칫날 등등의 대소사에나 맛볼 수 있었다. 잡채는 궁중 음식이라는 대우를 받아왔다. 잡채는 라면처럼 간단하게 요리가 되어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고기, 당근, 양파, 버섯 등등을 넣고 노릇노릇하게 볶아내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정성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잡채는 혼이 담긴 우리의 토속적인 민속음식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의 대표 전통음식이다. 해외에서 그것도 대형 마트에서 잡채를 보는 순간 한국 음식의 존재감에 우월감까지 한 순간에 맛보았다. 혹자는 별것 아닌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나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가지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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