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윤 정부 심판 걸림돌? 개혁신당 없으면 민주당 진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등록 2024.02.10 18:36수정 2024.02.10 18:36
25
원고료로 응원
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러 평론가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했다. 과반은 기본이고 180석 얻을 거란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 승리가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대표적으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 중 한 명이다.

왜 조기숙 교수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가 어렵다고 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당엔 '민주'도 '더불어'도 없어... 제3당이 '메기' 역할해 다행"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조기숙 교수
 
- 22대 총선이 두 달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난 대선 때부터 역대 최악의 양대 정당이 적대적 공생 관계를 해왔는데 제3지대의 등장에 의해서 양당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공천을 질질 끌면서 제3당의 앞길을 막는 걸 보니 제3당이 두렵긴 한가 봐요. 제3당이 적어도 메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제3당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나요?

"이번엔 조금 다르죠. 왜냐면 양당의 당 대표를 역임했던 분이 나와 있거든요. 또 제3당을 하겠다는 분들이 여기저기 굉장히 많고, 양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이탈해서 제3지대에 합류할 현역 의원이 많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지율은 양당이 높게 나오잖아요. 제3당으로 옮겨갈 지지율이 별로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 지지율은 믿을 게 못돼요. 일단 정치 고관여층도 양당을 싫어하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을 보고 속단하면 위험하죠. 박근혜 정부 때 박 대통령 지지율도 높았어요. 그래서 2016년 총선에서 논평가들이 새누리당이 과반 혹은 180석도 할 거라고 했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잖아요. 선거 전에는 여론이 믿을 수 없게 나와요. 우리 국민들은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고 정치혐오에 빠져 있어서 지금 나오는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면 돼요."

- 개혁신당 창당에 도움 준 걸로 압니다. 교수님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도 하셨고, 또 손꼽히는 친노로 알고 있는데 개혁신당을 돕는다는 게 약간 의외인 거 같아요. 기사보니 아들 때문에 이준석 대표에게 관심 가지셨다고 하던데, 단지 그 이유 때문은 아니죠?


"이준석 대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들이 이 대표를 공부하라고 해서 그가 쓴 책과 인터뷰, 관련 자료를 모두 봤어요. 이 대표의 롤모델은 노무현 대통령이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항상 꿈꾸셨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대연정을 해야 된다고 늘 주장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양당은 가장 적대적이고 가장 무능해요.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양당을 보고 굉장히 화를 내셨을 것 같아요. 근데 친노로서 어느 한쪽을 편든다든지, 이걸 좌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양당에 철퇴를 가하려면 제3당이 나타나야 된다고 주장을 했었고 또 실제 그런 양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신당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 친노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것 같아요.

"그건 마피아적 가족주의 사고방식이에요. 뭐냐면 내 식구면 다 잘하고 다 옳다는 사고방식이지요. 제가 노무현과 문재인을 지지했던 건 그들이 그 당시에 국민의 요구에 충실했고, 옳은 길을 갔기 때문이지 친노라서 지지했던 건 아니에요. 내가 원조 친노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노무현 정신과 어긋나게 가는 민주당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친노 정신이 아니죠. '우리 편을 왜 비판하냐', '왜 내부 총질하냐'라고 하는데 정말 필요한 내부 총질은 해야죠. 그래야 혁신이 돼도, 국민을 위하는 길이죠. 노무현 대통령은 늘 국민이 이기는 세상을 꿈꾸셨어요."

- 지금 민주당이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우선 민주적이지 않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이번에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또 준위성정당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그렇죠. 근데 그 결정을 의원들이 한 게 아니라 당 대표한테 일임했어요. 이게 무슨 민주정당이에요?

그다음에 더불어도 없죠. 왜냐면 비명이나 친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지역구에는 그들이 잘못했든 안 했든 관계 없이 친명 후보들이 가서 개딸들에게 공천 달라고 신호 보내요. 이런 패거리 정치에 어디 더불어가 있어요?

세 번째는 그 지지자들이 물불을 안 가리고 변별력이 없죠. 그래서 당 대표가 원하는 건 물불을 안 가리고 뭐든지 하고 남에게 폭력도 저지르는 정당이 바로 포퓰리즘 정당이죠. 반민주적 정당을 정치학자들은 포퓰리즘 정당이라고 해요."

- 이재명 대표는 지금 민주당이 1당이 안 되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지 못하니 그를 위해 위성정당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군소정당들하고 다같이 과반수가 되면 되죠. 제3당도 지금 윤석열 정부 심판을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하잖아요. 왜 꼭 민주당이 1당이 돼야 하는 거예요? 제3당과 합쳐서 과반이 되면 되죠. 그러면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법 공약을 왜 한 거예요? 그때는 일당 되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때도 중요했죠."

-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탈당하며 민주당에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없다고 하는 데 동의하세요?

"제 책 <민주당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이미 구구절절 설명을 해놨는데, 김대중의 포용과 상생의 정신도, 노무현의 '명분 없는 승리보다 명분 있는 패배가 낫다'는 정신도 지금 민주당엔 존재하지 않죠. 김대중 총재는 정동영 의원의 정풍운동을 탄압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 의견 받아들여 국민참여경선 도입해서 노무현의 대선 승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납니다."

"제3당 등장으로 투표율 올라가 민주당에도 도움될 것"
 
색깔 달라도 귀성인사는 '함께'...총출동 '제3지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응천 원칙과상식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등 제3지대 정당 주요 인사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플랫폼에서 합동으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색깔 달라도 귀성인사는 '함께'...총출동 '제3지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응천 원칙과상식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등 제3지대 정당 주요 인사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플랫폼에서 합동으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남소연
 
-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는 총선 후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거라고 봅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준석은 사실 본인이 나왔다기보다는 국민의힘에서 쫓아낸 사람인데 국민의힘에서 다시 받을 일은 없죠. 그리고 특히 한동훈이라는 젊은 리더가 있는데 이준석을 받아서 갈등을 일으키려고 할까요?"

- 지금 제3지대 관심은 빅텐트 성사 여부잖아요. 9일 제3지대 4개 세력이 합당한다고 발표했어요. 이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제 예상보다 일찍 전격적으로 합쳐서 더 감동이 큽니다.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하니 제3지대 정치인들이 이에 반응한 거라고 봅니다. 적대적 공생으로 못난 상대 믿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양당과 달리 제3지대 정치인은 역시 국민 무서운 줄 아는군요. 잘 하셨고 그들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 기존 개혁신당에서 발표한 노인 무임승차 폐지 등 정책과 공약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준석 대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의를 하자는 의도였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봅니다. 각 당의 모든 정책을 통합정당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그런 정책을 논할 시간이 없어요. 제3당이 태어난 이유, 그 쟁점에 초점을 맞춰서 선거에 집중할 때라고 봅니다. 정책적 논의는 선거 후에 원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굳이 당론을 만들 필요도 없어요. 충분히 토론하고 자유투표를 해야 국회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 과연 통합한 개혁 신당은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까요?

"수도권 지역은 물론 호남에서도 상당히 파괴력이 있을 것이고, 특히 국민들이 위성정당을 심판하기 위해 비례대표 투표는 개혁신당에 몰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 교수님은 제3지대 지지하는 이유가 국민의힘 과반을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은 신당이 윤석열 정부 심판의 걸림돌이라고 해요.

"그분은 선거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런 말 할 수 있겠죠. 근데 한마디로 틀린 주장이에요. 왜냐면 이거 이승만·박정희 정권 때 북한의 위협이 있으니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해서 많이 듣던 논리 아니에요? 그래서 정부에 반대하면 안 되고 지지해줘야 된다는 거죠. 독재 논리예요. 민주화로 인해서 우리가 망했나요? 실제로는 민주화 이후 우리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고 북한에 비해서도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갖게 됐고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죠.

마찬가지로 신당이 지금 민주당을 강하게 만들고 신당 덕분에 투표율도 올라갈 거예요. 신당이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없어요. 민주당은 무조건 투표율이 올라야 이겨요. 근데 신당이 없었다면 20~30%, 그것도 정치의식이 굉장히 높은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할 거였다고요. 그러면 민주당이 패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신당이 안 나오고 이대로 갔으면 국힘이 과반 이상 획득했을 거라고 봐요."

- 지금 국민의힘은 어떻게 보세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인기가 있잖아요.

"선거가 다가오니 윤석열 대통령이 대담도 찍었잖아요. 사과할 걸로 예측했는데 제 생각이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과거 여당은 선거 앞두고 뭐든지 했습니다. 특히 보수당은 선거 앞두고 한 번도 그냥 지나간 적이 없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 귀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사과 한마디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찍을 준비가 돼 있었어요. 국민들이 알고 속아주는 게 아니에요.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층 중에서 국민의힘에 편향된 지지자들은 일단 나이도 많고 충성도도 높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고 다른 제스처를 보이거나 달라진 척을 하면 다시 국민의힘에 투표합니다. 이 분들은 지금 찍을 명분을 기다리고 있는 거거든요. 그 명분을 반드시 보수당은 줘요. 그래서 지금 한 비대위원장이 국힘 정당 지지도를 올렸고 지금 논평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윤 대통령은 정말 상상 초월입니다. 그렇다면 제3당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제3당 탓할 때가 아닙니다."

- 한동훈 위원장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요?

"일단은 세대교체의 대표적인 인물이죠. 근데 이준석 대표도 세대교체의 상징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개인의 특성 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면 한 위원장은 적어도 이 대표보다는 더 겸손해 보이고 능력이 있어 보이죠.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능력으로 증명된 건 없잖아요. 당 대표 외에는 의원을 안 해봤으니까요. 근데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으로서도 인기가 꽤 괜찮았죠."

- 총선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은 전망하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구도는 이미 다 드러났지만, 후보와 선거 전략을 봐야 돼요. 선거 시작하고 선거 전략을 봐야 돼서 3월 중순 정도, 선거 전 운동이 시작돼서 양당의 전략을 봐야지 평가할 수 있어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조기숙 #총선 #제3지대 #민주당
댓글2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2. 2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3. 3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