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조기숙 교수
- 22대 총선이 두 달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난 대선 때부터 역대 최악의 양대 정당이 적대적 공생 관계를 해왔는데 제3지대의 등장에 의해서 양당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공천을 질질 끌면서 제3당의 앞길을 막는 걸 보니 제3당이 두렵긴 한가 봐요. 제3당이 적어도 메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제3당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나요?
"이번엔 조금 다르죠. 왜냐면 양당의 당 대표를 역임했던 분이 나와 있거든요. 또 제3당을 하겠다는 분들이 여기저기 굉장히 많고, 양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이탈해서 제3지대에 합류할 현역 의원이 많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지율은 양당이 높게 나오잖아요. 제3당으로 옮겨갈 지지율이 별로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 지지율은 믿을 게 못돼요. 일단 정치 고관여층도 양당을 싫어하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을 보고 속단하면 위험하죠. 박근혜 정부 때 박 대통령 지지율도 높았어요. 그래서 2016년 총선에서 논평가들이 새누리당이 과반 혹은 180석도 할 거라고 했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잖아요. 선거 전에는 여론이 믿을 수 없게 나와요. 우리 국민들은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고 정치혐오에 빠져 있어서 지금 나오는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보면 돼요."
- 개혁신당 창당에 도움 준 걸로 압니다. 교수님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도 하셨고, 또 손꼽히는 친노로 알고 있는데 개혁신당을 돕는다는 게 약간 의외인 거 같아요. 기사보니 아들 때문에 이준석 대표에게 관심 가지셨다고 하던데, 단지 그 이유 때문은 아니죠?
"이준석 대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들이 이 대표를 공부하라고 해서 그가 쓴 책과 인터뷰, 관련 자료를 모두 봤어요. 이 대표의 롤모델은 노무현 대통령이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항상 꿈꾸셨고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대연정을 해야 된다고 늘 주장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양당은 가장 적대적이고 가장 무능해요.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양당을 보고 굉장히 화를 내셨을 것 같아요. 근데 친노로서 어느 한쪽을 편든다든지, 이걸 좌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양당에 철퇴를 가하려면 제3당이 나타나야 된다고 주장을 했었고 또 실제 그런 양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신당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 친노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것 같아요.
"그건 마피아적 가족주의 사고방식이에요. 뭐냐면 내 식구면 다 잘하고 다 옳다는 사고방식이지요. 제가 노무현과 문재인을 지지했던 건 그들이 그 당시에 국민의 요구에 충실했고, 옳은 길을 갔기 때문이지 친노라서 지지했던 건 아니에요. 내가 원조 친노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노무현 정신과 어긋나게 가는 민주당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친노 정신이 아니죠. '우리 편을 왜 비판하냐', '왜 내부 총질하냐'라고 하는데 정말 필요한 내부 총질은 해야죠. 그래야 혁신이 돼도, 국민을 위하는 길이죠. 노무현 대통령은 늘 국민이 이기는 세상을 꿈꾸셨어요."
- 지금 민주당이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우선 민주적이지 않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이번에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또 준위성정당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그렇죠. 근데 그 결정을 의원들이 한 게 아니라 당 대표한테 일임했어요. 이게 무슨 민주정당이에요?
그다음에 더불어도 없죠. 왜냐면 비명이나 친문으로 간주되는 사람들 지역구에는 그들이 잘못했든 안 했든 관계 없이 친명 후보들이 가서 개딸들에게 공천 달라고 신호 보내요. 이런 패거리 정치에 어디 더불어가 있어요?
세 번째는 그 지지자들이 물불을 안 가리고 변별력이 없죠. 그래서 당 대표가 원하는 건 물불을 안 가리고 뭐든지 하고 남에게 폭력도 저지르는 정당이 바로 포퓰리즘 정당이죠. 반민주적 정당을 정치학자들은 포퓰리즘 정당이라고 해요."
- 이재명 대표는 지금 민주당이 1당이 안 되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지 못하니 그를 위해 위성정당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군소정당들하고 다같이 과반수가 되면 되죠. 제3당도 지금 윤석열 정부 심판을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하잖아요. 왜 꼭 민주당이 1당이 돼야 하는 거예요? 제3당과 합쳐서 과반이 되면 되죠. 그러면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법 공약을 왜 한 거예요? 그때는 일당 되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때도 중요했죠."
-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탈당하며 민주당에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없다고 하는 데 동의하세요?
"제 책 <민주당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이미 구구절절 설명을 해놨는데, 김대중의 포용과 상생의 정신도, 노무현의 '명분 없는 승리보다 명분 있는 패배가 낫다'는 정신도 지금 민주당엔 존재하지 않죠. 김대중 총재는 정동영 의원의 정풍운동을 탄압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 의견 받아들여 국민참여경선 도입해서 노무현의 대선 승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납니다."
"제3당 등장으로 투표율 올라가 민주당에도 도움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