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에서 바라본 전경저 멀리 안동호 중앙에 서 있는 솔섬과 주변경관이 아름다웠다
박향숙
첫 번째 도착한 안동의 명소, '도산서원(陶山書院)'. 조선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1501-1570)이 학문을 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도산 서당이 모체이며, 선생 사후 4년째 1574년 서원으로 건립되었다. 특히 도산서원 현판을 한석봉이 썼다 해서 눈길이 갔다.
서원 출입구 계단에 올라서니, 작은 매화나무에 꽃봉우리들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관광객과 눈맞춤을 했다. 함께 한 지인(한시번역인, 박무재)으로부터 퇴계의 매화나무 사랑 시와 풍기군수 시절 한 여인과의 사랑 얘기를 듣다보니, 매화로 인해 옛사람들의 사랑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 했다.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조린다 - 李滉(이황, 조선시대)
獨倚山窓夜色寒(독의산창야색한) 홀로 기대인 산창의 밤빛은 싸늘하고
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매화 가지 끝 달 뜨니 정녕 둥글어라
不須更喚微風至(불수갱환미풍지) 다시 부를 필요 없이 미풍은 이르렀고
自有淸香滿院間(자유청향만원간) 절로 있는 맑은 향은 담장에 가득하다
步屧中庭月趁人(보섭중정월진인) 뜰안을 걷노라면 달도 사람을 따르고
梅邊行遶幾回巡(매변행요기회순) 매화 주변으로 가서 몇 번을 돌았던가
夜深坐久渾忘起(야심좌구휘망기) 깊은 밤에 오도카니 일어나길 잊었노라
香滿衣巾影滿身(향만의건영만신) 향기는 의관과 그림자 몸에 가득하여라
아름다운 자연풍광 속에서 제자들에게 학이시습의 즐거움을 솔선수범했을 학자 퇴계의 실천적 삶의 태도가 있었기에 오늘날까지도 안동인뿐만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근간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단체 여행시간에 쫓겨서 구석구석 살피고 사색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 매우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안동호수와 가운데에 서 있던 솔섬(시사단, 정조때 선비들의 과거시험장소)을 보며 책 한 장이라도 읽도록 만드는 도산서원의 마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