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책
최문섭
이 책의 저자는 '취향감별사'를 자처하는 독일의 저널리스트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이라는 책을 국내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저자, 출판사, 옮긴이가 한 팀으로 펴내는 세 번째 '농담' 시리즈입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표현이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기후와 환경문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무거운 주제입니다.
책의 서문이 p6 ~ p32 분량으로 조금 긴 편입니다. 다음의 문장을 통해서 책의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을 수탈하고 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p8)
'이 책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나설 작정이다." (p10)
'이 책에 필요한 영감을 얻고자 나는 덴마크로 순례여행을 떠났다.' (p11)
'농업혁명은 인류사의 위대하고도 불가역적인 전환점으로 인류의 생활을 완전히 새롭게 규정했다. 인류는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고 자연에 맞서 생활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자연을 수탈하고 길들이고 지배하기 시작했다.' (p24)
인류가 수렵, 채집하는 생활방식을 버리고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위대한 정치 이념들은 예외 없이 인간의 행복을 중심에 놓는다고 말하며 인간 중심적이지 않은 전제에서 출발한 유일한 정치 이데올로기인 녹색사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텀블러 검색해보니...
구글 검색창에 '친환경 텀블러'를 넣어봤습니다. 상위 3건에는 "책상 가득 안 쓰는 텀블러, 차라리 일회용품 쓰세요", "미국 스타벅스 품절대란, 요즘 MZ템... 한국도 텀블러 열풍", "50개 모은다고? 안 쓰면서 자랑만 하는 텀블러 수집 열풍... 다 쓰레기 됩니다" 등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뉴스입니다. 하나의 텀블러를 200번은 사용해야 친환경 효과가 발생하는데, 기업들은 신제품 텀블러를 계속 생산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1장은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첫 문단에서 이렇게 강조합니다.
'무한 리필 문화는 우리를 파괴한다. 우리가 경작하는 작물의 절반 이상이 식용으로 키우는 동물의 배 속으로 들어간다.' (p39)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며, 핵심은 간소한 식단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배출가스와 자원낭비를 줄이는 데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 (p50)
2장 자동차, 3장은 여행을 소재로 친환경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 밖에 패션, 전자제품, 스포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스스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텀블러나 에코백을 이용하는 것으로 자연보호에 동참한다는 명분을 만들어주고 정작 중요한 생활방식에는 변화를 주지 못하는 환경운동의 한계를 꼬집어 말합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말은 농담이 맞습니다. 인간의 식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텀블러를 아무리 사용해도 지구를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저자만의 관점으로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뜻으로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1회성 이벤트에 불과합니다. 작금의 실속 없는 환경운동을 명쾌하게 꼬집은 이 책은 '희망'을 키워드로 해서 이렇게 얘기하며 끝을 맺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온전한 세상뿐 아니라 희망도 빚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믿게 하는 것은 동심을 괴롭히는 잔인한 짓이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은이), 이상희 (옮긴이),
추수밭(청림출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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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지도사, 아웃소싱타임스 칼럼니스트, 이모작뉴스 객원기자, 경비지도사 권익협의회 운영스텝, 광명시 사람책>
월간 작은책, 인물과 사상의 애독자이며 미디어영상학을 전공했습니다. 20년째 시설경비업에서 일 하며 나라장터 전자입찰과 취미에 관한 글을 브런치와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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