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에 대비해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 '당신은 이게 다 국민들 때문이라는 거냐?' 이렇게 비난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것도 아니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결국 이건 '수가'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전 수가가 낮고 높고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지방에서 치료를 받든, 서울에서 치료를 받든 진료비가 똑같은데 더 유명한 곳에서 진료를 보고 싶은 건 인지상정입니다. 이 똑같은 진료비에 차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진료비는 본인이 내는 자기 부담금과 건보공단에서 나오는 지급금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비율을 조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 병원을 이용할 때는 본인 부담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그 지역 병원에는 지급금을 대폭 올리고, 타 지역 병원을 이용할 때는 본인 부담금의 비율을 왕창 올리고 지급금은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돈 없으면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는 진료를 못 보게 만드는 게 말이 되냐'고 또 반문하실 분이 있습니다. 이건 각 지역 대학 병원에서 일단 진료를 보고 도저히 안 되어서 리퍼를 하겠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본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가 있으면 해결됩니다.
그래도 지역 대학 병원, 의료원에 의사가 부족한데 그건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반문할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 의료원에서 연봉 4억 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못 구한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의사를 '한 명'만 구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내과 의사 한 명을 뽑는데 그 의사더러 진료도 보고 야간 병동 콜, 빨간 날 응급실 콜도 다 받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연봉 4억 받으면 나라면 하겠다'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돈은 덜 받아도 더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수도권 병의원들이 많기에, 의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거를 단순히 의사의 사명감 부족으로 돌리지는 말아주세요. 의료원 의사 부족은 해당 지역의 환자 수가 의사 한 명으로 커버가 되는 정도 밖에 안 되다 보니 의료원 입장에서도 수지타산 계산을 할 수밖에 없어서 생긴 문제 입니다.
적어도 해당 과목 의사를 3~4명은 뽑아야 로테이션을 돌리는데 그러면 적자가 발생하니 의사를 더 채용하지 못하고 한 명만 뽑으려다보니 생긴 문제입니다. 정부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구인에 돈을 투입하면 더 적은 연봉으로 다수의 의사를 구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상황은 쏙 빼놓고 의사가 부족해서 연봉 4억 원에도 의사를 못 구한다는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선동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사 정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정부는 현실을 반영한 이러한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막연하게 10조를 의료 정책 패키지에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진정성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단발성으로 10조일 뿐이지 그걸 계속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10조와 유지 비용을 계속 투자하려면 결국 건보료 오르는건 필연적일 텐데, 국민에게 건보료가 대폭 오른다고 제대로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정부의 의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국민에게 건보료가 대폭 오른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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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자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의사로서, 학부모로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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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해법, '똑같은 진료비'에서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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