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였다. 무엇보다도 이번 중국 여행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국 사회에서 놀라울 정도로 일상화된 스마트폰의 사용이었다. 상하이 시내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있었다.
결제뿐 아니라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하였고, 또 유명 고적지나 기념관 등을 입장할 때도 입장표를 판매하는 곳은 아예 없고 철저히 스마트폰으로만 하는 바람에 외국인들은 들어가기 어려울 듯했다. 특히 택시는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해 타기 때문에 미리 관련 어플을 설치하지 않으면 탈 수가 없었다. 그나마 운 좋게 얻어 걸린 택시는 스마트폰 결제가 당연한지 현금을 내도 거스름돈이 준비돼 있지 않아 곤경을 겪어야 했다.
최악의 한중관계, 과연 그 미래는?
이번 중국 여행 기간 중 상하이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가진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로 진행한 강의였다. '한국 사회의 오늘과 한중관계의 미래'라는 주제의 이날 강의에서 필자는 양국 관계가 문자 그대로 바닥을 친 현 상황은 역설적으로 더이상 악화될 여지가 없이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고 더구나 한국에는 현 정부의 일방적인 친미친일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대단히 많으므로 향후 낙관적 태도로 지켜보고 싶다는 취지로 마무리했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과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특히 다가오는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관심이 높았다. 현 집권당이 유리하거나 압도적이라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필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필자는 낮 시간대에 한정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로 인해 진보 성향보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전화를 많이 받게 되는 요인으로 보수 성향이 과대 수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하였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야당이 과반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은 한국 사회에서 보수화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당선될 가능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한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 강화는 일면 인정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상수는 아니라고 했다. 한국 사회는 언제나 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사회로, 선거란 언제나 예측불허의 여러 변수가 상존하며 특히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 저조는 필연적으로 그 후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검찰의 권한은 어떤 역사적 경로를 통해 오늘과 같이 막강해졌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필자는 일제강점기부터 미군정을 거쳐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에 막강한 검찰 권력의 토대가 구축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군사정권 붕괴 이후 이른바 '법의 지배' 시기인 87 체제에서 그 힘이 확대재생산되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오늘의 검찰 권력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문화적 논란' 빈발로 양국 국민 감정 악화
강의가 끝나고 두 분의 중국 교수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 자리에서 여러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 필자가 상하이 시내에서 현대나 기아 등 한국산 자동차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반면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산 자동차는 자주 목격된다고 하자 한 교수는 단오절부터 백두산, 그리고 최근의 김치나 한복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슈에 대한 온라인상의 논쟁이 중국인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이 빈발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일종의 반한 감정을 조성하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한국산 자동차도 기피하게 된다는 풀이였다. 현재 극도로 악화된 양국 관계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현 정권의 친미친일 반중 노선에 기인하지만, 이와 동시에 양국 국민들 간에 빈발해온 여러 문화적 측면의 마찰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는 지적이었다. 우리로서도 진지하게 숙고해봐야 할 문제 제기였다.
극단적 친미친일 노선,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중국 대학생들과의 대화 그리고 중국 교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악화된 한중관계의 현실을 더욱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한국과 중국의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없을 만큼 바닥을 친 상황이므로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호언'했지만, 사실 필자 역시 내심으로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심지어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영유권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에 중국 해경이 물대포를 쏜 사건에 대해 한국 외교부가 우려를 표명하고 해당 지역에서의 항행 자유를 지지한다고 명백하게 밝혔다. 이전에는 한국 정부가 굳이 이런 식으로 오지랖 넓게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발생한 문제까지 '간여'하지 않았었다. 문제는 현 정부의 이러한 방식이 지난해 8월 거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의 "가치 공유의 약속" 이행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며, 만약 이러한 정책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중국과의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외교의 최우선 목표는 국익(national interest)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오늘의 한국의 경제 상황을 초래한 핵심적인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최악으로 치닫는 대중 관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극단적인 친미친일 그리고 '반중' 외교는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손해와 희생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 도대체 현 정부의 외교 노선은 과연 누구를 위한 외교 정책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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