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쓴 노란 작업모, 작업화 등이 이곳 폴란드 ‘자유노조 박물관’에 역력히 보존돼 있음을 보고 넋을 잃었다.
황광우
한국과 같기도, 다르기도 한 나라
1980년 7월 폴란드에서 일어난 '자유노조운동'은 1980년 '서울의 봄'과 이어지는 '오월광주항쟁'과 너무나 유사해 박물관에 들어간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날 노동운동을 했던 나는 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투쟁과 아주 유사한 것들인, 노동자가 쓴 노란 작업모, 작업화 등이 이곳 폴란드 '자유노조 박물관'에 역력히 보존돼 있음을 보고 넋을 잃었다.
폴란드는 한국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해 생각할수록 흥미로웠다. 먼저 폴란드는 강대국의 간섭에 의해 주권을 잃었다는 점에서 우리처럼 약소국의 슬픔을 지닌 나라다.
폴란드인들은 러시아에 강한 적대심을 품고 있다. 한국 축구팀이 일본에게 만큼은 져서는 안 되듯이, 폴란드의 축구팀은 러시아에 지면 안 된다. 독일의 경우 빌리 브란트 수상이 폴란드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했기 때문에 독일에 대한 적대감은 크게 완화됐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직까지 폴란드에게 사죄하지 않았다. 폴란드인들이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한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의 서쪽 지역이 과거 폴란드의 영토였다고 한다.
스탈린이 주조한 공산당이 폴란드를 통치했는데,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한국인의 숨통을 조인 독재자들과 아무 차이가 없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통치의 잔혹함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와 같은지. 힘없는 민초들을 위압하는 관료적 속성도 같았다. 반대세력을 감시하고, 불법으로 연행, 체포하고, 구속하고 죽이고...
폴란드에서도 1970년에 노동자의 시위가 일어났다고 한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그때 분신했는데, 폴란드 공산당은 시위 노동자들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그때 총탄이 관통한 노동자의 작업복을 박물관은 전시하고 있었다. 당시 사망한 노동자를 기념하는 높이 30미터의 기념탑이 박물관 입구에 서 있었다. 폴란드 노동자들은 이후 줄기차게 기념탑을 세워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울지 마세요. 어머니여,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겁니다.
조선소의 깃발에 걸린 검은 리본이여
빵과 자유를 위해
조국을 위해
노동자 야네크는 쓰러졌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