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찾아 축사하고 있다. 2024.3.2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이 다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낙승'을 예상하던 국민의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출국 과정이 부각되면서다.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을 두고서도 용산 대통령실과 당 사이 갈등이 감지됐다. 도태우 변호사,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 등의 '막말 리스크'가 터지면서 지난 총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의 '차명진 리스크'가 트라우마처럼 되살아났다. 과거 '세월호 막말'로 무너졌던 선거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번지게 된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정권 안정'보다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공천 파동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모이지 않던 '정권심판론' 여론이 다시 힘을 받게 됐다. 조국혁신당의 등장도 여기에 한몫했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여당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변에 "혼자서는 버겁다"라고 토로했다는 보도(채널A)마저 나왔다. '정권 심판'에 맞서 '운동권 특권 세력 심판'을 내세웠던 한동훈 위원장이 두 개의 칼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또 하나는 '종북몰이'.
[차별화] "다 해결됐다"라며 홍보하지만...
사건 초기만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용산을 대변했던 당이지만, 지지율 추이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기조를 바꿨다. 우선 막말 논란이 불거진 후보들의 공천을 뒤집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형사 변호를 맡아, 사실상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친박' 지분으로 여겨졌던 도태우 변호사의 공천이 취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불리며,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에도 적극적으로 '입'이 되어 주었던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공천장이 날아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자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이철규 의원의 반발에도 적극 대응했다. '친윤' 중에서도 핵심인 '윤핵관' 이철규 의원의 의견을 순수하게 개인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 그 뒤에는 용산, 그것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한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그러자 '좌경율·우동혁'의 '우'를 맡고 있는 장동혁 사무총장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대신 적극적으로 대리전을 펼치며, 공천관리위원회 내에서 이철규 의원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의원이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두고 공개적으로 한 비대위원장을 저격하고 나서자, 명분이었던 '호남' 그리고 '당직자' 배려에 대해 일부 수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용산에서 원한 것으로 알려진 주요 인사들은 당선권 밖에 배치되거나 아예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20년 지기'이자 검찰 수사관 출신인 주기환 전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은 끝내 비례대표 명단에 오르지 못하고, 대신 용산에서 따로 '민생특별보좌관' 자리를 신설해 임명했다. 마치 한 비대위원장 보란듯이.
한 비대위원장은 이종섭 대사의 귀국과 황상무 수석의 거취 결단도 압박했다. 이 역시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와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기자들과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현장에서 '즉각 소환'과 '즉각 귀국'을 언급한 그는, 용산에서 불쾌하다는 표현이 나옴에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를 밀어붙였다. 결국 황 수석의 사퇴와 이 대사의 귀국으로 이어졌다. '윤-한 갈등'의 2라운드는 사실상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섰던 사항을 주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밀고 있다. 일부 강성 지지층의 이탈을 감수하고서라도 "민심에 절실히 반응"했다며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한 비대위원장은 20일 카메라 앞에서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저희가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