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실에서 교육생들이 각자 글씨 연습을 하고 있다.
김판수
- 캘리그라피는 따로 배우신 건가요?
"캘리그라피는 서예 공부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돼요. 글씨의 연관성이 있고 또 서예의 한 종목이거든요. 캘리그라피는 우리 말대로 옮기면 '아름다운 손글씨' 정도로 표현할 수 있어요.
저는 2019년 대전대학교 서화문화원연구소에서 강좌하는 전문지도자과정에서 배웠어요. 캘리그라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성어, 의태어예요. 의성어면 소리를 언어로 표현해야 하므로 예를 들어 아기 고양이가 '야옹' 하면 그 귀여운 모습을 글씨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글씨를 쓰는 사람은 절대 급하게 가면 안 되고 천천히 그리고 시간과 세월이 가면 글씨도 같이 익어가요."
- 서예연구소를 개원하신 과정을 말씀해 주신다면?
"퇴직 후 누구나 제2 인생을 설계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는 처음에 취미로 배웠던 서예가 세월이 흘러 전문적 지식이 되었고, 그냥 썩히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서 후진양성을 하고 나 자신의 정서적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서예연구소를 개설하게 되었어요.
캘리그라피 서예지도사 1급, 한문한자교육지도사, 학교폭력예방 상담사 1급, 미술심리상담사 1급 등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하여 서예실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서예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예술이 아닌지라 몇십 년 오래도록 다양한 서체의 법첩(法帖, 옛 명필 글씨 모음집)을 공부하고 습작해야 해요. 각종 공모전에도 출품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기량을 연마해야 서예실을 개원할 수 있어요. 지금도 '인서구노(人書俱老, 사람과 글씨가 함께 늙는다)'의 고사를 생각하며 서예의 근본 이치를 깨닫기 위해 쉼 없이 공부하고 있어요."
- 서예를 왜 하시는 건가요?
"어디를 가든지 글씨가 사람과 같이 따라다니잖아요. 書如其人(서여기인), 글씨는 곧 그 사람이다. 내 이름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면 좀 더 멋있고 아름답게 쓰고 싶잖아요. 그래서 글씨를 배우는 거고, 서예를 하게 되면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어요. 인내력이 길러지면서 지구력도 생겨요. 유년기에 서예를 배운 아이들이 성장하면 학습 능력이 좋아지고 두뇌 계발에도 좋아요. 서예는 문자를 통한 예술이거든요. 문자를 늘 접하며 문자를 보고 느껴야 하기에 문자를 터득하면 마음의 양식이 쌓이고 성장기 인격 형성에도 큰 도움이 돼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많이 어울렸던 시기에 그냥 세월만 보내는 것보다는 무언가 배우고 익히는 취미 활동을 통해 자기를 계발하고 평온하게 정신을 수양할 수 있어서 배우게 되었어요. 다행히 제 적성과 딱 맞았던 거죠."
- 이 일을 해보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서예는 인성을 동반한 예술이기에 서예를 하면 마음이 안정되며 잡념이 없어지므로 권하고 싶은 취미 생활입니다. 우선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부터 하고 혹시 스트레스나 권태감이 올 때는 잠시 쉬었다가 해도 돼요. 자격증 취득을 서두른다거나 이 일을 한다고 해서 어떤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냥 취미생활로 꾸준히 하다 보면 지도하는 선생님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잘 인도해 주실 겁니다. 서예 공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인 지라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 서예연구소 운영 중 힘든 일은 없으신가요?
"서예연구소 운영은 힘들지는 않아요, 물질적인 욕심만 버리면 돼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씨를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지요.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벗으로 삼고 교육생으로서 같이 敎學相長(교학상장) 하면서 함께 수양하고 노후를 보내는 것이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