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자료사진)
픽사베이
올 한해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롯데월드를 많이 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정확히 작년 4월 14일에 연간 회원권을 끊었다. 거의 일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나는 도대체 몇 번 롯데월드를 가보았나 세어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금방 포기했다. 간 날을 세어보는 것 보다, 안 간날을 세어보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마철과 폭설 기간을 합쳐도 2주일 이상 안 가본 기억이 없다.
그러면 적어도 365일 중에서 주말 포함 300번 넘는 정도는 간 것 같다. 이 정도면 '연간 회원권으로 본전을 뽑았다'는 말에 담기도 어려운 일을 해낸 것 같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 가면서 쓴 돈이 적지 않을 텐데 손해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말할 것 같다.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보낸 날이 아마 290일 정도 된다고. 집에서 초코우유, 딸기우유 각각 한 팩씩, 그리고 내가 먹을 수 있는 물을 담은 물통 하나면 다른 소비는 필요로 되지 않았다.
그저 롯데월드는 약 일 년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훌륭한 방법이었다. 또 다른 육아 동지였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하원시키고, 유모차를 끌고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석촌호수를 가로질렀다. 그곳에는 비둘기, 물고기, 강아지, 그리고 아이가 안녕 안녕 하며 손을 흔들면 언제든 미소를 아끼지 않고 다시 인사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가본 롯데월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펼쳐진 다른 세상으로 차원이동한 것 같은 얼얼함이 좋았다. 집 앞 놀이터 가듯 너무 많이 가서 이제 그 얼얼함은 상실되었지만, 익숙함들이 주는 포근함이 있었다.
익숙해질 무렵이면 바뀌고야 마는 아르바이트들, 모두가 축제 속으로 들어와 있는 그곳에서 묵묵히 그 시간이 흩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그 모습이 가상했다. 셀 수 있을 만큼 시간 동안 아이와 사이좋게 나눠먹었던 '파스퇴르 밀크' 아이스크림, 나 한입, 너 두 입 하면서, 하나씩 먹었으면 이 맛이 났을까 했던 그 맛.
무엇보다 일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사람멍'을 때릴 수 있었던 것이 큰 환기가 되었다.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할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이곳은 좀 다른 별 같아서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완벽한 타인들 속에서 내 사사로운 생각들이 분해되는 것이 꽤 청량함을 주었다.
아이 둘이 같이 들어가서 놀았던 거대한 키즈카페인 'OO토리아'는 이제 첫째 아이는 키가 커서 얼마 지나면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둘째 아이는 그 동안 조금 더 자라서 탈 수 있는 기구들이 하나 정도 늘었다.
언젠가 아이 둘이 함께 무언가를 탈 수 있는 날도 곧 오겠거니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조만간 연간 회원권 갱신해야겠지, 꽃피는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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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당연스럽게 '내'가 주체가 되어 글을 쓰지만, 어떤 순간에는 글이 '나'를 쓰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마치 나도 '생명체'이지만, 글 역시 동족인 것 같아서, 꿈틀 거리며 살아있어 나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그렇게 쓰여지는 나를, 그렇게 써지는 글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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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놀이공원에 아이와 함께 300번 넘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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