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충북도청 본관 앞에서 배장환(가운데) 충북대의대·병원 교수회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김영환 지사와의 간담회에 앞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충북인뉴스
충북대학교병원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은 충북지역의 의대정원이 타 지역에 비하여 너무 낮다며 증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현재 50명에서 80~100명 수준으로 충북의대의 정원이 늘어나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200명 증원은 받아들일 수도 없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병원관계자의 말이다.
충북대학교병원 교육인재개발실장 권순길 교수(신장내과)는 "정원이 초과하면 시스템이 망가진다"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 병원에서 동시에 근무하는 의사와 실습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본과 3~4학년 임상실습학생이 400명, 인턴과 레지던트 1~4년차 1000명, 즉 1400명이 병원에 상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증원에 따른 교수도 최소한 500명 이상이 충원돼야 하는데, 그러면 2000명 가량의 의사와 실습생이 근무하게 된다"고 했다.
권순길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대 사례를 제시하며 정원 증원에 따른 충북대학교 병원이 겪게 될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대입학정원이 135명이다"며 "서울대학교 병원 병상수가 1800병상이다. 여기에 서울의대는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가지고 있어서 모두 합치면 3500병상에서 학생과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충북대병원이 늘어난 정원(200명)을 교육하려면 병원 규모가 최소한 2000병상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공의 배정도 받지 못한다"며 "학생실습도 불가능해 의과대학인증평가에서 탈락하면 입학생도 받지 못하고 의대를 졸업해도 의사면허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박탈된다"고 전망했다.
간호사보다 의사가 더 많은 병원?
현재 충북대병원은 800병상으로 간호사가 1800명이 일하고 있다. 권 교수의 설명대로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증원되면 의사가 2000명이 일하게 된다. 간호사보다 의사가 더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현재 800병상 수준에서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권 교수는 "늘어난 의사 인건비 그 자체만으로도 병원을 도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2000병상으로 병원을 키우면 해결되지 않을까? 권 교수는 "2000 병상으로 현재보다 1200병상을 늘리려면 기획재정부에서 산출하는 건축 및 장비비만 최소 1조2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정말 올해부터 이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 있는가"라며 "2000병상으로 건립해도 청주의 인구가 200만 명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입원병상은 텅텅 빌 수 밖에 없다. 진주의료원처럼 텅빈 병원이 돼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 40% 이상의 비율로 중증환자의 입원 및 치료를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여러 평가 항목도 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의료수가 및 여러가지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권 교수는 "2000병상으로 늘릴 경우 청주 인구를 고려하면 중증환자가 모두 다 충북대에 입원해도 병상이 텅텅 빈다"며 "결국 경증환자, 교통사고 골절환자 등도 모두 충북대병원이 흡수해야 병상을 체울 수 있다. 그럼 청주에 있는 다른 2차병원들이 도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지역의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게 된다"며 "또 경증환자 진료를 많이 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지위를 박탈 당하게되니 진퇴양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