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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 남극 고립지역서 최초로 빙하시추 성공

'운명의 날' 빙하의 과거를 캐다... "기적 같은 성과", "극지연구 역량 한 단계 도약"

등록 2024.04.09 10:59수정 2024.04.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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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철 박사 연구팀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Dr. Peter Neff (@ice_pete)
한영철 박사 연구팀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Dr. Peter Neff (@ice_pete)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가 남극에서도 기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지역에서 최초로 빙하시추에 성공했다. 

극지연구소는 9일 "한영철 박사 연구팀이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인도 국립 극지-해양 연구센터 등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지난 1월,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인근의 카니스테오 반도(Canisteo Peninsula)에서 두 지점의 빙하를 시추해 각각 150m 길이의 빙하코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으며, 없어지면 연쇄적으로 서남극 빙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서 '운명의 날(Doom's Day)' 빙하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가 시급하지만, 주변에 기지가 없고 접근이 어려워 현장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한영철 박사팀은 과학자와 시추 기술자, 안전요원 등 8인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연구 지역 근처까지 접근한 다음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해 13일 동안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여름철의 서남극 바다는 기온이 오르면서 서울 면적보다 큰 얼음판들이 쪼개지는 일도 종종 발생해 쇄빙연구선이더라도 자유롭게 운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탐사팀은 주변 해양과 기상 상태를 검토해 최적의 상륙 시점과 기간을 정했으며, 아라온호는 그동안 인근의 바다를 연구하며 탐사팀을 기다렸다. 탐사팀은 한정된 기간 안에 안정적으로 빙하코어를 확보하기 위해 극지연구소와 미네소타대 두 팀으로 나눠서 작업을 진행했다.

극지연구소는 "탐사팀이 확보한 빙하코어에는 지난 200년간의 대기 기록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남극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 산업화 이후 환경변화를 정밀하게 복원하는 연구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빙하코어는 현재 아라온호 냉동창고에 실린 채 이동 중이며, 5월 중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팀이 과학기지가 아닌 연구선 지원만으로 빙하시추를 시도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영철 박사 연구팀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Dr. Peter Neff (@ice_pete)
한영철 박사 연구팀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Dr. Peter Neff (@ice_pete)극지연구소 제공
 
한영철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당시 현장 소감으로 "평균 30m/s가 넘는 강풍, 폭설이라는 악조건에도 면밀한 탐사계획 설계와 주변의 도움, 어렵게 잡은 기회라는 간절함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아라온호 서남극 탐사를 총괄한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지에서는 갈 수 없는 곳에서 빙하시추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의 극지연구 역량은 한 단계 도약했다"면서 "아라온호와 우리의 과학기술, 그리고 현장 연구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기적 같은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빙하시추는 극지연구소가 미국 미네소타 대학, 인도 국립 극지-해양 연구센터 등과 공동으로 추진한 로스-아문젠 해안 빙하코어 연구 프로젝트(Ross-Amundsen Ice Core Array, RAICA)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빙하시추 현장. Dr. Peter Neff (@ice_pete)
빙하시추 현장. Dr. Peter Neff (@ice_pete)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 #남극 #빙하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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