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웨덴은 국민행복지수, 반부패지수에서 세계 1~3위를 다툰다. 비결은 무엇일까. 경청과 겸손, 대화와 설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 리더십에 있다. 스웨덴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타게 엘란데르(1901~1985) 전 총리는 좋은 모델이다. 엘란데르는 무려 23년 동안 총리를 재임했다. 그럼에도 스웨덴 국민들은 그를 그리워한다. 엘란데르는 1968년 스웨덴 선거 사상 처음으로 53.1% 득표율로 재집권에 성공한 뒤, 올로프 팔메에게 물려주고 아름답게 퇴장한다. 퇴임 후에는 기거할 집이 없어, 국민들이 별장을 지어줄 만큼 청빈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엘란데르의 진면목은 '화합의 정치'에 있다.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스웨덴이 행복한 나라로 거듭난 비결은 '화합의 정치'가 발판이다. 엘란데르는 매주 목요일 총리 여름 별장에서 '목요클럽'을 갖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만났다. 기업과 노동자 대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초대해 식사하고 대화하며 상생 해법을 모색하고 스웨덴 미래를 설계했다. 그는 재임 기간 끊임없이 경청하고 포용했다. 아동복지 수당을 비롯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제도는 모두 이 자리에서 논의되고 합의됐다. 이런 까닭에 국회 통과는 수월했다.
생각과 이념이 다른 정당이나 이해집단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엘란데르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존중과 경청, 설득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했다. 사실 그는 청년시절 급진주의 활동을 한 좌파 정치인이다. 그가 총리로 선출되자 스웨덴 국민과 기업 경영자들이 우려했던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엘란데르는 취임 후 기업과 노조 대표를 만나 설득하고 양보를 이끌어냈다. 국민을 섬기고 특권을 마다한 리더십은 야당 협조를 이끌어냈다. 퇴임 후에는 총리 재임 때보다 많은 이들이 찾았다. 상당수는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섰던 야당 정치인과 기업 대표들이었다.
엘란데르가 초석을 놓은 '화합 정치'는 스웨덴 정치 전통이 됐다. 30년째 가동 중인 연금여야협의체는 좋은 사례다. 스웨덴 정치권은 1991년 재정위기 당시 연금 고갈 문제에 봉착하자 여야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로드맵을 만들었다. 또 2020년에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코로나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방과 안보 또한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여야는 그동안 유지해온 중립외교에서 벗어나 나토가입에 합의했다. 국가 위기 앞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스웨덴 정치 풍토는 스웨덴 경쟁력의 핵심이다.
스웨덴 린네 대학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패러독스>에서 "정치는 정책 경쟁이자 설득력의 경쟁이다. 모든 것은 정치로 수렴된다. 사회적 갈등을 정치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면 분열과 폭력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면서 "협치가 필요한 분야는 여야가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회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도 문제지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편승하는 정치는 더 위험하다. 스웨덴의 상생의 정치, 여야가 없는 정치, 설득의 정치를 돌아야 봐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엘란데르가 펼친 경청과 설득, 포용의 정치를 배웠다면 어땠을까. 아마 참패는 없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선거 결과를 겸손하게 복기해야 한다. 야당과 대화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변화에 현실적인 답이 있다. 국정운영 주도권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연합으로 넘어갔다. 집권여당에게 경청과 포용의 정치가 필요하듯 야당도 마찬가지다. 만일 의석수를 앞세워 오만할 경우 언제든 물은 배를 뒤집을 수 있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여야는 대화와 경청, 포용을 토대로 어지러운 잔치판을 정리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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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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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적대 정치'가 총선 참패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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