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과 셰브론, 로열더치쉘 등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화학단지를 대거 건설 중이다. 이에 미 에너지 데이터제공업체 OPIS는 세계에 역사적인 플라스틱 공급과잉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광둥성 인민정부 정보실
앞다퉈 화학단지 건설 나선 석유 기업들
이밖에도 많은 석유 기업들이 화학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미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중국 남부 광둥성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100억 위안(약 1조 8,980억원) 규모의 석유화 단지를 건설 중입니다.
셰브론 또한 미 정유 기업 필립스66,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 카타르에너지와 각각 합작 투자를 맺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와 카타르 메사이드에 석유화학단지를 건설 중입니다. 로열더치쉘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플라스틱 생산시설을 개장했습니다. 투자액만 140억 달러(약 19조 3,500억원)에 달하는 폴리에틸렌(PE) 생산시설입니다. 2022년 11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 결과, 세계 폴리에틸렌 생산용량이 2023년 1억 4700만 톤에서 2028년 1억 7600만 톤으로 20%가량 급증할 전망이라고 미 에너지 데이터제공업체 OPIS는 밝혔습니다. 심지어 아람코의 C2C 전략은 반영되지 않은 전망입니다.
닉 바피아디스 OPIS 화학시장 분석가는 <배런스>와 한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공급과잉"이라며 "우리는 업계에서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OPIS는 글로벌 금융정보기업 다우존스 산하의 에너지 데이터·분석 기업입니다.
COP28 최대 성과, "플라스틱 풍선효과 될 수도"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기후협약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감축이 플라스틱 생산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이는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의 성과와 관련됩니다.
COP28 최종합의문에는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 명시됐습니다. 기후총회 역사상 최종합의문에 화석연료가 명시된 것은 최초입니다. 역사적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에너지 시스템'으로 한정됐다는 점에서 아쉽단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플라스틱과 패션·농업 등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분야는 제외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18일 그리니엄과의 인터뷰에서 "연료 사용 감축으로 생기는 빈자리를 플라스틱으로 메꾸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산유국의 생존전략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기후협약과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화석연료가) 연료로 가냐, 원료로 가냐의 차이"라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자체를 차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수요를 억제하는 계획들이 더 확실하게 제시돼야 신규 플라스틱 생산시설 투자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응하듯 산유국은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서 생산 감축 규제를 막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련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저렴한' 플라스틱 중독, 끊기 위해선 에너지 전환 병행돼야
한편, 플라스틱 및 화학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옵니다. 플라스틱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 부산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저렴한 플라스틱의 비결은 일종의 '폐기물 재활용'이라 가능하단 것입니다.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의 경제적 비용우위는 재활용·퇴비화 플라스틱이나 지속가능한 화학 등으로의 전환을 어렵게 만듭니다. 실제로 중국산 저가 1차 플라스틱이 한국에 수입되면서 재활용 원료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홍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통한 화석연료 사용 감축만이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제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