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우성
문제는 검찰 수사 장소로 법원이 활용되다 보니 기자들이 방청석에 몰려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공개 재판처럼 검찰 수사가 생중계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검사석에는 빨간넥타이와 초록넥타이를 맨 남성 검사 둘과 비교적 젊어보이는 여성 검사, 이렇게 세 명이 들어왔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 사무실 압수수색 때 일면식이 있는 검사들이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사와 수사관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려 생김새는 볼 수 없었다. 반면 나의 동료 편집기자(증인1)와 촬영기자(증인2)는 10여 명의 기자들 앞에서 얼굴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열세 자리와 집주소가 몇 호인 것까지 모조리 읊어야 했다.
오전 10시, 먼저 편집기자가 증인석에 섰다. "거짓말을 했을 때는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다"는 증인선서를 시작으로 검찰의 신문이 시작됐다. 검사들은 편집기자에게 할 질문을 137개 준비해 왔다. "편집에 사용한 빽(back) 이미지에서 아랫 부분은 왜 잘랐나" "빽(back) 이미지가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듯 편집했는데 아랫 부분도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뉴스타파 사무실 압수수색 할 때 왜 촬영해서 정당한 압수수색을 방해했냐" "압수수색 때 증인도 피켓('지키자 뉴스타파' '언론자유 수호!')을 들었냐?" 등의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판사도 웃음을 터뜨리고 때로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여 표정을 숨겼다.
'빨간넥타이 검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런데 검사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어 보였다. 원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 대답이 안 나왔는지 빨간넥타이 검사는 한참을 "바꿔서 물어보겠다. 추가로 물어보겠다"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그러다 '지난해 압수수색 해 간 피의자의 핸드폰에서 나온 문자 내용'이라며 마이크를 삐딱하게 잡은 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검사는 편집기자에게 "2022년 3월 6일 보도([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직후 피의자(한상진)가 지인에게 '예쁜 짓 했네'라는 메시지를 받고 '윤석열 잡아야죠. 한 건 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는데, 증인에게도 '우리 한 건 했어'라는 취지로 말한 적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메시지 내용을 읽을 때 검사의 연기는 생동감이 넘쳤다.
검사를 포함해 법정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검사의 질문은 절대 편집기자가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모두 알았을 것이다. 검사가 증인을 신문하기 위해 묻는 게 아니라 방청석에 앉은 기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검찰은 흥분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당겨가며 기자들이 당장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격앙된 검사의 목소리와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중첩되며 오케스트라처럼 '비바치시모(Vivacissimo , 화려하고 아주 빠르게)' 됐다.
검사들이 70번째 질문을 했을 즈음, 한 번도 없었을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는 편집기자는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다. "잠시 참아달라"는 판사의 요청도 있었지만 다행히 쉬는 시간이 생겼다. 그동안 무척 열받은 나는 검사석에서 느리게 일어나고 있는 빨간넥타이 검사에게 "기자들한테 들으라는 듯이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었다. 그 검사는 "언론이…" 뭐라 하다가 나가려던 길을 돌아 내가 갈 수 없는 길로 나가버렸다.
'코미디' 펼쳐진 법정, 그러나 언론 지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