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여행 중 마주친 예상치 못한 순간
배은설
낙엽으로 잔뜩 뒤덮여 있어서 미처 보지 못한 커다란 배수구 구멍에 차 뒷바퀴가 움푹 빠져 있었다. 천천히 후진했던 터라 덜컹 거리는 낌새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차 뒤로 또 다른 차 한 대가 섰다. 차에 있던 분들이 내려서 함께 차를 들어 올리려 시도했다. 쉽지 않았다. 거듭 된 시도 끝에 결국엔 긴급출동을 부르려는데, 이번엔 통화권 이탈 지역인 듯 통화가 안 됐다.
상황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잘 있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별일 아니라고 달래주고 있는데, 도와주던 한 분께서 자신의 차에 가 있으라 거듭 권해 주셨다.
이리저리 신호가 잡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무사히 통화가 된 후에야, 우릴 도와주던 분들은 자리를 떠났다. 가족들과 함께 대금산 나들이를 온 듯한 거제 주민 분들 같았는데, 무척이나 감사했다.
지세포성 헤매기, 장염, 긴급출동. 이쯤 되자 긴급출동을 기다리다 순간 물음표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여행을 왜 하는 걸까?'
여행은 마냥 즐거울 때도 있지만, 이번 여행처럼 종종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칠 때도 있다. 그럼에도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여행을 했다.
정말로 나는 여행을 왜 하는 걸까? 좋은 경치를 보고 싶어서, 고민이 있어서, 쉬고 싶어서, 기분 전환이 필요해서, 돌아오기 위해서.
이런 저런 여행의 이유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관뒀다. 좋아서 하는 일에 의미를 찾는 건 무의미했다.
그저 어느 날 문득, 떨어지는 벚꽃잎을 신나게 줍던 아이의 작은 손이 기억나겠지. 긴급출동 해프닝을 떠올리며 잠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릴 테지.
그러니 또 여행을 떠날 것이다.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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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여행하며 자주 글자를 적습니다.
<그때, 거기, 당신>, <어쩜, 너야말로 꽃 같다> 란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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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산 진달래꽃 보러 갔다 그만, 긴급 출동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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