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최초로 만든 다하우 수용소의 철문.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고 새겨져 있다.
박제민
서글픈 기운이라도 서려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마음이 원래 그런 것일까요. 입장하면서부터 마음 한구석이 뻐근했습니다.
옛 수용소의 철문에는 가증스럽게도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곳에 사상과 신념, 국적과 피부색, 성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강제로 끌려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사람들이 이 아래로 지나다녔을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았을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각에 이어질수록 말을 잃었습니다.
디자인, 기능과 효율에 관하여
다하우 수용소에서 가장 놀란 것은 그 안에 시설들이 놀라울 만큼 기능적이고 효율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좁다랗기 그지없이 높게만 쌓아 올린 딱딱한 나무 침대는 그저 어떻게 하면 사람을 많이 구겨 넣을 수 있을지만 고려한 것 같았습니다. 길쭉하기만 한 사물함 안에는 수용소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었고요. 세면대와 용변기는 도저히 인간의 은밀함과 존엄함이라고는 찾을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샤워실과 소각장도 끔찍한 무언가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