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복씨는 회사 건물 안 청소는 물론 때떄로 시설 관리도 했습니다.
픽사베이
올해 예순인 김희복(가명)씨는 청소노동자입니다. 그는 매일 오전 4시면 집을 나서 507번 버스 첫차에 오릅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기업이 희복씨의 일터입니다. 전업주부였던 그는 2014년부터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청소노동자가 그렇듯 다른 직원들의 출근 전인 오전 6시부터 희복씨의 업무도 시작됩니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약 2시간의 오전 청소를 마치면 다른 직원들도 본격적으로 출근합니다. 그때쯤 희복씨는 잠시 휴게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30분부터 다시 노동을 재개합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10시간 근무하는 스케줄입니다. 점심시간을 포함해 중간에 두 번의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치우고, 쓸고, 닦는 반복되는 고된 노동이지만, 희복씨는 이 일이 좋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일이 힘든 것도 힘든 건데, 제대로 쉴 공간도 없고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했어요."
"시키면 무조건 해야죠"
희복씨는 이 기업에 직고용된 노동자가 아닙니다. 그는 용역회사 직원인 하청노동자입니다. 원청인 회사는 하청회사와 3년에 한번 재계약을 합니다. 하청사가 교체되면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 구조이지요. 윤석열 대통령도 지적하는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모순이 작동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노동자들은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선 현장 소장이나 관리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노동자 업무가 아니어도 관리자들이 시키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복씨는 회사 건물 안 청소는 물론 때때로 시설 관리도 했습니다. 겨울이면 눈을 치우고, 가을이면 주변 낙엽도 쓸어 담았습니다. 조경수 관리 등 시설 정비에도 동원됐지만 그렇다고 임금을 더 받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왜 해야 하느냐' 등의 질문은 상상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하라면 해야 했습니다.
"사용자나 관리자들이 뭐라고 하든 대들거나 말대꾸하면 안 됐어요. 예전에는 관리자에게 밉보이면 그냥 쫓겨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러니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잘릴까 봐 눈치를 보며 일해야 했죠."
급여는 최저임금을 받았습니다. 일이 힘든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변변한 휴게실이 없어 휴식도 제대로 취할 수 없었습니다. 청소노동자 휴게실엔 냉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여름이면 찜통이 됐고, 겨울이면 바닥이 얼음장이었습니다. 잠깐 몸 뉘어 쉴 수도 없었지요.
전기 콘센트도 없고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해 휴대전화도 충전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원⋅하청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는 온수를 쓸 수 없게, 수도꼭지를 뽑아 놓기도 했습니다. 건물 내에는 직원 샤워실이 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사용을 못 하게 했습니다.
"여름에 청소를 하고 나면 땀 범벅이 되는데 마땅히 씻을 곳도 없었어요. 샤워실이 있었지만 저희 청소노동자들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청소 일을 한다고 차별했던 거죠. 휴게실에 에어컨이 없어 너무 덥다 보니 청소노동자들은 건물 귀퉁이나 계단 같은 데서 쉬곤 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사병으로 노동자가 쓰러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노조 만들었더니 따뜻한 물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