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뉴욕 시립대에서 반전시위 중인 학생들.
김철민
팔-이 전쟁이 시작된 작년 10월부터 미국 대학가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일어나자, 일각에서 베트남 전쟁 반전세대를 잇는 '제2의 반전세대'가 등장했다고 표현했는데 이번 시위를 거치면서 확언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의 흐름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미국 청년·학생들의 시위에서 우선 주목되는 지점 몇 가지가 있다.
1. 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청년·학생
첫 번째는 최근 몇 년 새 미국 청년·학생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청년·학생들이 근 10년 사이 대대적으로 참여한 시위의 내용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2017년의 여성 인권(페미니즘) 시위, 2020년의 흑인 인권(BLM) 시위를 들 수 있다.
당시 이른바 '미투'를 기폭제로 기초적인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 3년 뒤에는 미국의 빈부격차 및 공권력 오남용 문제와 얽혀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을 지적하더니, 이제는 현대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제국주의까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미국 민중들이 1950~60년대 흑인 민권운동에 이어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운동에 나선 지난날의 역사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당시의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전면 개입하고 있었고 청년·학생들은 징집 대상이 되어 직접적인 피해를 강요받고 있었으나, 현재 미국의 청년·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또한 베트남 전쟁 당시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 세계적으로 학생운동 물결이 일던 68혁명의 여파로 서방 청년·학생들 사이에 제3세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았으며, 진보운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면서 정치적 대안까지 어느 정도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이를 보면 오늘날 미국의 청년·학생들이 이전보다 어려운 조건임에도 반전운동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2. 미국의 쇠락기에 일어난 반전시위
1) 몰락하는 미국의 패권
두 번째는 이번 시위가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는 시점에 미국 내부에서 일어난 커다란 균열이라는 점이다. 이번 시위는 우연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세계질서가 미국 중심의 단극적 다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이행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021년 미국은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으며, 2022년부터 적극 개입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패배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경제전쟁은 여전히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전쟁과 대대적인 제재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북한 또한 수십 년 동안 계속된 미국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도 국방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중동의 대표적 반미국가로 분류되는 이란, 시리아도 미국의 계속되는 공세에도 불구하고 체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리는 중남미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2014년까지 있었던 일련의 진보정권 수립을 뜻하는 1차 핑크타이드를 잇는 2차 핑크타이드가 일면서 대미 자주를 외치는 진보정권들이 대대적으로 들어섰다.
국외 상황이 이렇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내부 사정도 썩 좋지 않다. 경제는 호황인데 빈곤층은 늘어나는 심각한 빈부격차가 계속되고 있고,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마약 문제와 각종 절도 범죄가 미국 전역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같은 민생위기와 사회불안은 역대 최저치 출산율 기록으로 이어졌다.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승산이 있어 보이는 이스라엘의 전쟁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더니,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학살 만행을 벌이면서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이 깨져 버렸다.
2) 미국의 청년·학생들이 행동에 나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