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서울학생인권지키기 공대위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의원 10명만으로 구성된 특위가 열린 뒤 본회의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하려 한다며 폐지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요즘 학교 수련회도 내가 경험했던 그것과 달랐다. 요즘 학생들을 만나 '나 때' 수련회를 이야기하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신기해한다. 내가 '옛날 학교에서 선생님께 매 맞던 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의 그런 표정이다.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있었는데...
충남과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다.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학생 인권보다 교권이 우선'임을 강조(관련 기사: 윤 대통령 "교권 확립 수만 교사 외침 깊이 새겨야"
https://omn.kr/250y7)하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사건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로 돌리며 드라이브를 걸어온 흐름이 결과를 맺은 것이다(관련 기사: 72시간 농성 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 윤석열·이주호 책임"
https://omn.kr/28hpb).
우선 이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17개 교육청 중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6곳이다. 이들의 주장이 맞으려면 조례가 없는 곳보다 있는 곳에서 더 많은 교권 침해가 발생했어야 하는데, 시도별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조례가 있는 곳이 교권 침해가 더 적었다(관련 기사: 이주호, S초 사건 사과하면서도 "학생인권조례 때문"
https://omn.kr/24zlj).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교권과 학생 인권 공존‧동행하자
윤석열 대통령부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까지, 그들의 논리는 '학생 인권이 너무 과도하니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흐른다. 하지만 과도한 인권이란 없다. 인권이 없는 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만이다. 옛날 군대, 옛날 학교, 옛날 수련회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려는 이미 빠르게 현실이 됐다(관련 기사: [단독] 학생인권조례 폐지 후 벌어진 일... 서울A고 "용의검사하라"
https://omn.kr/28ihs).
물론 수련회 교관들과 다르게 공교육을 지탱하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일정 정도 권위가 필요함이 사실이다. 학생의 권리가 교사나 보호자에게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교사의 그 권위도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지금같이 교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 교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나 조례를 만들 필요도 있다. 더구나 서이초 교사의 죽음 앞에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아프게 다시 되새기게 된다.
그러나 교사의 권위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야자 강제, 두발 단속, 종교 강요, 임신·출산·성별·종교·나이·인종·성적지향·성적 등을 이유로 한 차별, 월경으로 인한 불이익, 불심검문 등을 금지하고 있다. 서이초 선생님이 이걸 못해서 돌아가신 것도 아니다. 원인을 정확히 짚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학생 인권과 교권은 함께 가야 한다.
'사랑의 매', '호랑이 선생님이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교사의 권위는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당시 수련원의 교관들을 만난다면 '멱살 한번만 잡히십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힘, 통제, 억압, 폭력에서 오는 권위는 그것이 역전되는 순간 정반대의 폭력을 낳는다. 이런 식의 훈육방식이 교육에 효과가 없음이 밝혀진 지도 오래다. 이건 문명이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문명에서 야만으로 한 걸음 후퇴시킨 죄인으로 남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