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5일 한산도 제승당 활터(한산정)에서
김경준
동아리 소속으로 다른 활터들을 방문할 때마다 늘 과분한 대접을 받곤 했다. 대학생 궁사들이 마음껏 활을 쏠 수 있도록 기꺼이 자리를 양보해주고, 때로는 식사비에 보태쓰라며 손에 봉투를 쥐어주려는 분들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활터에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면서.
제도적으로 대학생들을 위해 각종 배려를 실천하는 활터들도 많다. 당장 내가 소속된 공항정만 하더라도 국궁동아리 학생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장소를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몇몇 활터들은 국궁동아리 학생들에게 무료로 국궁교육을 실시한다고도 들었다.
대한궁도협회 역시 각종 대회에 '대학부'를 따로 두어 활터 소속이 아니더라도 국궁동아리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전통활쏘기를 책임질 미래의 동량을 육성하고 격려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활터에 방문할 때마다 늘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을 툭툭 던지며 무례하게 행동하는 이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재밌는 건, 내가 대학 동아리가 아닌 일반 활터 소속으로 방문했을 때는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대학 동아리에서 왔다고 하니, 대학생이라 간주하고 자기들보다 한참 어리다고 생각해서 하대한 것이리라.
그럴 때마다 상대방 인식에 기본적으로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는 반말을 해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아 상당히 불쾌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활쏘기는 그 어떤 운동보다도 상호 예의를 중시하는 운동이다. 대학 동아리 학생들조차도 수평적인 문화를 지키기 위해 상호 존대를 하는 마당에, 활터에서 초면에 반말이라니.
여전히 비판 받는 폐쇄적인 문화
성질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따지고 싶었지만, 나 한 사람 때문에 분위기가 싸해지는 게 싫어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동아리 학생 한 명에게 이런 불만을 토로했더니 "나도 처음에는 반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 남의 활터를 이용하는 처지에서 일일이 감정적으로 반응해서 좋을 게 없다"며 되레 나를 달래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부당한 대접에도 따지기 힘든 학생들의 처지가 이해되어 딱하기까지 했다.
물론 활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두 사람의 그런 행동들이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활터 방문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궁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보면, 활터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어린 사람을 깔보고 하대하는 문화를 비판하는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소위 활터의 '꼰대 문화'가 싫어서 요즘은 활터에 등록하지 않고 사설 국궁교육장에서 습사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활터와 국궁이라는 문화 자체에 대한 MZ 세대들의 반감만 키우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
대학생들은 앞으로 전통활쏘기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다. 학생들이 활터를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동등한 성인으로 대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