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에서 제작한 화력조선 시네마 '정주성' 3부 중 활을 쏘는 장면. 양궁식 사법으로 활을 쏘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
'국궁체험' 문제
사극도 사극이지만 일부 '국궁체험'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수원 화성, 아산 현충사를 비롯한 일부 유적지에서는 국궁체험장을 운영하며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통활쏘기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지역 축제가 열릴 때마다 각 지자체에서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국궁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체험장에서조차 양궁식 사법으로 활을 쏘게끔 지도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실제로 나는 지방에 갈 때마다 국궁체험장이 있으면 한 번씩 들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양궁식 사법으로 활을 쏘도록 안내받곤 했다.
원인은 둘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강사가 국궁 사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초보자들 입장에서는 어색하고 불편한 전통 사법 대신 두 손가락으로 당기기만 하면 되는 양궁식 사법으로 지도하는 게 서로 편해서거나.
그러나 아무리 일회성 체험이라고 해도 '전통', '국궁'이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한다면 당연히 전통활쏘기의 기본적인 원칙은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 전통활쏘기의 매력을 온전히 느껴보려면, 체험객들로 하여금 양궁과는 다른 우리만의 전통 사법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저 국궁용 활과 화살만 쓴다고 전통활쏘기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수원 화성을 찾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국궁 체험을 하면서 양궁식 사법을 구사한 바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전통문화를 보존·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문체부 장관이 양궁식 사법으로 국궁 체험을 하고, 문체부에서는 "지역 문화를 알린다"며 장관이 잘못된 사법으로 활을 쏘는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여 홍보하고 있으니 웃플 따름이었다.
우리 활쏘기에 대해 잘못된 모습이 이렇게 또 퍼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