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는 1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 추모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정훈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낙인이 얼마나 무거운 무게인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그 현실의 무게로 인해 누군가는 가정이 파탄 나고 누군가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살려주세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자가 대구에서 사망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과 대구참여연대, 대구경실련 등으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대구대책위원회는 1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을 추모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을 당장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고인은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분"이라며 "특별법 상 피해자 인정 이의신청, 긴급생계비 지원신청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국민도 아닙니까"라고 쓴 유서 내용을 공개하며 "고인의 죽음은 잘못된 제도와 전세사기를 방치한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민생을 외면한 정치가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죽였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
고인이 살던 대구 남구 대명동 빌라의 주인은 자신과 내연녀, 자녀 등의 이름으로 14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150여 명 가량이다. 또 피해금액은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는 고인과 같은 빌라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직접 나와 증언하거나 편지로 전세사기 피해자로서의 고통을 호소했다.
"특별법도 무용지물"... 해결 기미 안보이는 피해자들의 고통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A씨는 지난 2019년 결혼 후 입주했지만 청약 받은 아파트도 포기하고 전세반환 소송에서도 승소했지만 현재까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다가구 피해자인 저에게 특별법은 무용지물이었다"며 "저뿐만 아니라 다가구 후순위의 경우 경매가 끝나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향해 도와달라 외쳐도 달라지는 거 하나 없기에 더 허망함이 큰 것 같다. 이 나라는 누굴 위한 나라인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은 특정한 사기피해자에게만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대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를 일반 사기피해자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B씨는 편지글을 통해 "살려달라고 외칠 땐 외면하더니 죽음으로 돌아오니 이제야 얘기를 들어주는 척 하는 정치인과 대구시, 언론에 환멸을 느낀다"며 "함께 이겨내자고 서로를 다독이고 의지했던 이웃이 하루아침에 고인이 되어 다시는 볼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자 C씨 역시 "(임대인) 조씨에게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하니 조씨는 없어서 못준다고 하고 국가에게 이야기하니 관련법이 미약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며 "우리는 혈세를 빨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의 생존 위기 현장에 국가도 없고 대구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