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사단법인 한국바이오연료포럼 주최로 열린 2024 바이오연료 컨퍼런스.
상병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전 세계 주요국의 산업정책이 되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해운·항공업계는 신재생에너지의 한 종류인 바이오연료를 시범 도입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HMM의 대형 컨테이너선 현대타코마호는 국제노선에서는 처음으로 바이오 선박유를 넣고 시험 운항에 나섰습니다. 앞서 지난달 5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지속가능한 항공유(SAF)'를 채운 대한항공 화물기가 첫 시범 운항을 마쳤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화석연료 대비 바이오 선박유는 65% 이상, SAF는 최대 80%까지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선박유와 SAF의 도입은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산업 계획'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것입니다. EU는 지난 2월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 전략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예고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항공 분야에서는 2025년부터 유럽 공항에서 급유하는 모든 항공기 연료 중 2%를 SAF로 채워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2050년까지 혼합 비율을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미국도 IRA를 통해 SAF에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2025년 바이오 선박유를, 2026년에는 바이오 항공유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목표로 실증사업에 착수했지만, 아직 관계 법령조차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바이오가스·바이오에탄올만 석유대체연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선박유와 SAF가 국내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바이오연료는 전기차와 수소차로 넘어가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친환경 대안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 대신 사용할 수 있고 기존의 내연기관과 산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식물·미생물·동물 등 생물유기체(바이오매스)와 음식폐기물, 축산폐기물 등을 원료로 사용해 휘발유나 경유 등에 섞어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바이오연료는 수송용에 사용하는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입니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사탕수수 등 곡물을 발효한 원료를 휘발유에 섞어 만듭니다. 바이오디젤은 팜유·대두유·폐식용유 등의 유지로 만든 원료를 경유에 적용합니다.
바이오디젤 공정 부산물과 바이오매스를 혼합해 만든 바이오중유는 석유계 연료인 벙커C유를 대체해 발전용으로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발해 국내에서만 사용 중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과 바이오매스를 발효시켜 만든 바이오가스는 압축천연가스(CNG)에 사용됩니다.
바이오연료가 친환경 연료로 순환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광합성을 통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바이오매스는 연료화된 뒤 연소 과정에서 다시 대기로 이산화탄소를 방출합니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원래 공기 중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이므로 사실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제로)'이 됩니다.
바이오연료는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송용 차량에 먼저 보급되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 64개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바이오연료를 자동차 연료에 강제적으로 의무 혼합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디젤을 가장 많이 생산·소비하는 EU는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최대 7%까지 혼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5년부터 모든 휘발유 차량에 바이오에탄올을 최대 10%까지 혼합합니다. 1931년부터 바이오에탄올을 차량에 의무 혼합한 브라질은 최대 27%까지 혼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3년부터 경유차에 바이오디젤 0.5%를 혼합하는 RFS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3.5%, 2030년에는 8%까지 상향한다는 계획입니다.
바이오연료 확대를 위해 우리 정부가 바이오디젤에만 적용하고 있는 RFS에 바이오에탄올도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릅니다. 바이오에탄올은 미국·EU·일본·중국 등을 비롯한 세계 60개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그중 47개국이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을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정보 분석 제공업체 IHS MARKIT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은 2020년 2150만BD(Barrel per Day·하루당 배럴 사용량)에서 2050년 4590만BD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해운·항공업계의 친환경 연료 수요는 3~4.5배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는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팜유 및 부산물, 정제유 등으로 75.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디젤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에 팜유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팜유 농장을 짓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식량 안보'와 '에너지 안보' 간의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연구단체는 비식량 원료인 미세조류 등을 사용한 차세대 바이오 에너지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미국과 EU 등 주요 국가들은 바이오연료 기술개발과 산업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EU는 연구기금을 통해 차세대 바이오연료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은 바이오연료 생산자와 원료 공급자에게 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맨 처음 오마이 뉴스에 대해 읽고 난 후, 바로 가입을 했으니 아마도 제가 앞에서 얼마되지 않는 순서로 회원이 되었고 초창기에 헤드라인으로 몇번 기사가 나간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연구하느라 시간이 없지만 항상 새로운 것, 그것이 있을 때에는 언제라도 다시 문을 두드려서 알리겠습니다. 건승하십시요.
공유하기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바이오연료 보급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